한국일보

한인타운 셸터에 대한 동상이몽

2018-05-30 (수)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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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同床異夢) - 같은 침상에서 잠을 자도 꿈은 달리 꾼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도 속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이다.

최근 한인타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7가와 버몬트의 시 소유 주차장에 들어설 임시 셸터 문제를 놓고 보면 ‘동상이몽’ 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든다.

홈리스 셸터 설치로 대권을 꿈꾸는 시장, 그리고 시장을 도와 한인타운 내 홈리스 셸터를 밀어붙여 시장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시의장, 이들을 도와 시의회 입성을 꿈꾸는 차세대 정치세력들, 이와 함께 이런 이기적 정치인들과 뒷거래를 통해 반사 이익을 챙기는 소위 한인사회 리더라 불리는 그들.


그리고 자신들의 거주지역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인권을 내세우며 찬성을 주장하는 이상주의자들과 공청회 없이 날치기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는 부당함을 호소하는 커뮤니티 이해 관계자들까지 결국, 한인타운 홈리스 셸터 설치를 놓고 이들이 꾸고 있는 꿈은 제각각 다르다.

한인사회는 26년 전 4.29 폭동의 흑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지난 한 달간 공청회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시위, 그리고 백악관 청원운동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탐욕으로 가득한 기득권 세력과 주류 정치인들의 합작품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인타운 임시 셸터 설치건은 변경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아니 그 어떤 무력시위와 소송에도 한인타운 7가와 버몬트에는 사실상 임시 셸터가 설치되고 한인타운 윌셔가 일대에는 노숙자들이 모여들 것이다.

폭동을 통해 꿈과 희망을 짓밟힌 한인들의 흑역사는 26년이 지났어도 주인공과 조연만 바뀌었을 뿐 또다시 되풀이 되어 버린 셈이다.

가진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들에게 강한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우리는 지난 한 달간의 일련의 사태를 통해 다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권력, 자본, 더 나아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만 우리 가정과 자녀, 커뮤니티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폭동 이후 한인사회에서는 정치력 신장을 외치며 정치인과 부자들을 수없이 배출했지만 결국 셸터 설치건만 놓고 보면 기득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주류사회의 커다란 벽은 아직 높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 성공한 한인들마저 이해관계 때문에 기득세력 옆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서글픈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셸터 설치로 당분간 소수의 기득세력은 더 큰 부와 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단꿈에 빠져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꾸고 있는 단꿈은 언젠간 악몽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현재 한국 정치권이 증명하듯 탐욕스런 정치인들과 이해관계자들의 권력 남용은 시간이 흘러 언젠간 역사적으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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