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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는 족족 죽는다구요? 수더분한 식물이 따로 있어요

2018-05-30 (수) 12:00:00 황수현 기자·사진= 북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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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가 추천하는 5종, 물 가끔 주는 식물보다는, 초보자에 쉬운‘테이블 야자’

▶ 인스타 스타‘스킨답서스’등, 회복력 좋은 게 기르기 편해

키우는 족족 죽는다구요? 수더분한 식물이 따로 있어요

삭막한 집 안에 초록 숨결을 내뿜는 것 외에도 식물이 하는 일은 많다. 그 중 하나가 게으른 주인을 대신해 열심히 살아남는 것이다.

키우는 족족 죽는다구요? 수더분한 식물이 따로 있어요

테이블 야자. / 스킨답서스 / 물에 민감하지 않은 호야. / 화려한 외관의 스노우 사파이어./ 흰꽃이 피는 스파티필름.


초록이 좋아질 때를 흔히 나이 들었다고 말한다. 순리를 아름답게 여기는 시기라는 뜻이니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초록은 권태”라는 어떤 시인의 못된 말도 있지만 어쨌거나 시인은 죽었고 식물은 지금도 부지런히 잎사귀와 꽃을 틔운다.

마당 한 뼘 갖기 어려운 도시 생활자들에게 식물과의 동거는 요원하다. 집 안 가득 초록이 내뿜는 숨결로 채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은 거실 확장으로 사라진 발코니 혹은 내 한 몸 뉘이면 끝인 원룸이다. 공중에 매달거나 벽에 부착하는 식물들도 출시됐지만 이번엔 이놈의 ‘마이너스의 손’이 문제다. 사막에서도 잘 사는 선인장마저 죽이고 나면 자신감은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식물을 키우는 족족 죽이고야 마는 ‘연쇄 살식마’들을 위한, 근면성실한 식물들은 없을까.


뒤끝 따윈 없다, 무던한 식물들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다고 해서 키우기 쉬운 식물은 아니에요.”

조경 디자이너 권지연 위드플랜츠 대표(‘오늘부터 우리집에 식물이 살아요’ 저자)는 키우기 쉬운 식물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그에 따르면 식물의 자립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얼마나 물을 자주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다. 선인장이 좋은 예다. 수년 전 선인장이 한창 잘 팔렸던 때가 있다.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줘도 된다는 말에 사람들이 솔깃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많은 이들이 선인장 ‘사체’를 마주해야 했다.

“선인장이 한 달에 한 번 물을 줘도 되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게 아예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물 주는 때를 놓치면 선인장은 죽어요. 그리고 다시 살아나지 않죠.”

권 대표가 말하는 키우기 쉬운 식물은 물줄 때를 놓쳐 죽거나 시들어도, 다시 손을 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식물이다. 사람으로 치면 사사건건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 부류다. 물론 이런 식물들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물을 줘야 한다. “혼자서도 잘 사는 식물은 없어요. 그들도 살아 있는 생명이란 걸 잊으면 안 돼요. 중요한 건 하루 이틀 물 주는 걸 깜빡 해서 시들거나 노랗게 말라도 다시 물을 주면 그만이라는 거예요.”

인생이 그렇듯 수더분하고 뒤끝 없는 이 식물들의 삶도 평탄하진 않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게으른 주인들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게으름을 이해하고 감싸줄 너그러운 식물 5종을 소개한다.

1. 쑥쑥 자라는 게 눈에 보여요, 테이블 야자


테이블 야자는 인간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식물이다. 쑥쑥 자라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라, 마치 ‘내가 잘해서’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멕시코, 과테말라가 원산인 식물로, 잎은 진녹색에 얇고 뾰족하다. 책상이나 식탁 위에 올려놓고 키우기 좋은 크기라 탁상 야자 혹은 테이블 야자라고 불린다. 공기 중에 수분을 방출하는 능력이 좋고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공기정화식물로도 많이 쓰인다. 권 대표는 “초보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식물”이라고 했다.

“새잎이 나오는 게 엄청 잘 보여서 키우는 맛이 있어요. 테이블 야자를 사간 손님들 중엔 식물 키우기에 자신감이 붙어서 두 번째 식물을 사러 다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식물을 잘 죽인다는 죄책감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식물이 아닐까 해요.”

2. SNS의 스타, 스킨답서스

스킨답서스는 소위 ‘인스타그램(사회관계망서비스) 스타’다. 외국의 인스타그래머 중 플랜테리어(식물을 뜻하는 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로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식물이다. 덩굴성이라 아래로 늘어지며 자라기 때문에 요즘 한창 유행하는 행잉 플랜트(공중에 매다는 식물) 인테리어를 하기에 좋다.

태평양 솔로몬지대 등이 원산지인 스킨답서스는 병해충에 강하고 일산화탄소 제거 기능이 우수해 주방에 놓기 적합하다. 녹색잎에 노란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들어가 있어 ‘초록 일색’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권 대표의 침실 머리맡에도 스킨답서스가 늘어져 있다. “잎이 너무 무성하다 싶으면 가위로 그냥 잘라 내도 무관해요. 식물을 해친다는 생각 때문에 잎 자르기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는데 스킨답서스는 약간 거칠게 다뤄도 괜찮다고 할까요. 번식이 정말 쉬워서 자른 잎을 물에 넣으면 또 금방 뿌리를 내려요.”

3. 두툼한 잎이 믿음직, 호야

호야는 잎이 두꺼운 식물이다. 잎이 두껍다는 건 그 안에 물을 어느 정도 머금고 있어 물 주는 빈도에 예민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늘거리는 잎을 가진 식물들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내기에 좋지만 여름엔 매일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지기 쉽다.

다육질 잎이 믿음직한 호야는 덩굴성 다년생 식물로, 잎에 왁스를 바른 듯한 둔탁한 광택이 난다.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으며, 6월에서 9월쯤엔 별 모양으로 된 작은 무더기 꽃을 볼 수 있다. “호야처럼 이파리가 두꺼운 식물들은 잎을 마구 뻗지 않아요. 스킨답서스처럼 덩굴성이라 높은 곳에 두면 아래로 늘어지며 자라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요.”

4. 미모가 무기, 스노우 사파이어

정식 명칭 아글라오네마 스노우화이트, 꽃집에서 부르는 이름 스노우 사파이어. 영화 ‘레옹’에서 주인공이 소중히 품고 다니던 화분 속 식물도 아글라오네마의 한 종류다. 키우기 쉽다는 것 외에 이 식물의 최고 장점은 미모다. 말레이시아, 타이, 필리핀이 원산지로, 초록색과 은색이 마구 어우러진 화려한 외관이 특징이다. 비슷한 다른 품종 중엔 녹색에 강렬한 빨간 테두리가 둘러져 있거나 초록과 핑크가 요란하게 섞인 것도 있어, 밝고 화려한 걸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집에 처음 식물을 들이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손님에겐 일단 예쁜 식물을 권해요. 제 생각에 (주인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물이 ‘예쁘다’고 인식하는 거거든요. 아글라오네마는 그런 면에서 강점이 있어요. 물론 잘 죽지도 않고요.”

5. 흰 꽃을 보는 재미, 스파티필름

실내에서 만개한 꽃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꽃을 피웠다는 건 식물이 직사광선을 충분히 받았다는 의미이고, 이는 주인이 부지런히 화분을 옮겼다는 뜻이다. 스파티필름은 게으른 자들에게 허락된 한 송이 꽃이다. 집이 북향이어도, 화분을 창가에 두지 않아도 때가 되면 조용히 흰 꽃을 피운다. 다만 화려한 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막대 모양의 꽃차례가 흰색의 포엽(싹을 덮고 있는 잎)에 감싸인 모습이 꽃처럼 보이는 것이다.

벌레가 꼬이지 않고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스파티필름은 그늘진 곳에 둬도 꽃을 피워요. 일반적으로 화려하고 예쁜 식물로 분류되진 않지만 잎 자체가 무성해서 싱그러운 느낌을 줍니다. 잘 어울리는 화분을 받쳐두면 반드시 선택 받는 게 스파티필름이에요.”

<황수현 기자·사진= 북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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