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미 대표로 출전 영광… 친부모 찾고싶어”

2018-05-25 (금)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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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평창올림픽 감동스토리 마리사·해나 브랜트 자매

▶ 입양인 행사로 LA 방문, 첫 한국 방문 가슴 뭉클, 국가대표 계속 뛰고싶어

“한·미 대표로 출전 영광… 친부모 찾고싶어”

24일 LA에 온 마리사(왼쪽)와 해나 브랜트 자매가 각각 대한민국과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화와도 같은 한 자매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가 한인들은 물론 전 세계를 매료시키며 주목을 받았었다. 바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마리사 브랜트(26·한국명 박윤정)와 해나 브랜트(25) 자매다.

서울에서 태어난지 4개월 만에 미네소타주의 그레고리·로빈 브랜트 부부에게 입양된 마리사는 11개월 후 태어난 해나와 함께 아이스하키 선수로 성장했고,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언니 마리사는 모국인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 동생 해나는 미국 대표로 나란히 뛰면서 해나가 금메달까지 목에 걸어 해피엔딩의 주인공들이 됐었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그 누구보다 끈끈한 자매애를 자랑하는 이들 자매가 24일 LA를 방문, 초청 행사가 열린 LA 상공회의소에서 본보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LA에 온 것을 환영한다. 어떤 일정이 있나.


▲4박5일간 LA에 머무르면서 LA 다저스의 입양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축구, 야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은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마리사: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후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왠지 모를 큰 울림이 마음 깊숙이 전해졌다. 양부모님과 해나, 그리고 남편 모두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들에게 내가 태어난 나라 ‘한국’에 대해서 알리고, 한국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

▲해나: 마리사 언니가 태어난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마리사 언니는 한국 대표로 나는 미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으니 꿈만 같았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릴 때는 해나가 마리사보다 한국문화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해나: 어릴 때 언니와 함께 ‘한국 문화 캠프’에 참가했었다. 그때 처음 한국음식을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캠프에서 한복도 입어보고, 태권도도 배웠는데 처음 해보는 경험이어서 그런지 엄청 재밌었다. 이유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냥 한국문화의 모든 것이 좋았다.

▲마리사: 당시에 나는 ‘한국 문화 캠프’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해나와 똑같은 미국인이고 싶었다. 그래서 캠프에 참가해서도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한국 문화 체험을 100% 즐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한국에 머물러보고, 한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내가 한인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평창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뛰면서 실제로 만나본 북한 선수들은 어땠나

▲마리사: 이전에 만난 북한 선수들은 포커페이스였는데, 이번에 만난 북한 선수들은 정말 친절했다. 그들은 남한에 와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사실 처음에는 올림픽을 3주 정도 앞두고 북한 선수들과 단일팀이 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그들과 함께 경기를 치루며 서로 소통하고 친해졌다. 나중에 헤어질 때는 모두 펑펑 울었다.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미래를 기약할 수 없으니까 더욱 슬펐던 것 같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입양인 뿌리찾기 사업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본인도 친부모를 찾을 계획이 있나?

▲마리사: 그렇다. 이번에 DNA 테스트도 한국에서 하고 왔다. 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중이다. 예전에는 친부모님을 찾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이번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다음이 달라졌다. 나를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친어머니가 당시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나를 가졌는데, 당시 한국에서는 미혼모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다고 들었다. 어머니가 나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한다.

-향후 둘의 꿈을 말해 달라.

▲해나: 다음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다. 다섯 살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했으니까 거의 한 평생 아이스하키를 하며 살아온 것이다 다름없다. 내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계속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

▲마리사: 나 역시 계속 한국 아이스하키 팀의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싶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지난 1년 동안 남편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가정으로 돌아가 아내의 역할을 하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리사: 올림픽 내내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뜨거운 응원 덕분에 즐거운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해나: 나 역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언니의 나라에서 금메달까지 딸 수 있었던 것은 경기장에서 보여주신 응원 덕분이다. 앞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아나가고 싶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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