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싸움 넘은 북한 도발에 극약처방 초강수

2018-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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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전격취소 배경, 북한 펜스 부통령 비난

▶ 실무만남 무산에 분노, “회담성공 불확실” 작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미북 정상회담을 불과 19일 앞두고 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극약 처방’을 쓰면서 커다란 충격파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8일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제의를 수용한 지 두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회담의 판을 깨고 나서면서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담무산 배경

그동안 회담의 성공을 자신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밝힌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으로 미뤄볼 때 미북회담을 앞두고 지난 23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인터뷰 발언을 거론하며 맹비난하는 등 북한에서 잇따라 나온 강성발언이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측의 접촉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아 회담 취소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고위 관리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실무 논의를 위해 회동을 약속했던 북한 관리들이 사전접촉에 모습을 나타나지 않아 “우리 측이 바람을 맞았다”고 전하고 이는 “심각한 신의성실 부족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회담 성과 불확실성 요인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담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으로부터 ‘최단시간 내에 비핵화를 완성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받지 못하자 결국 판을 깨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고, 일괄타결 방식의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해왔고, 북한이 선제적 핵포기에 반발하면서 회담 개최를 지속해서 위협하는 태도를 이어가자 전격적으로 판을 깬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국은 미북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면서 이런 상황이 회담 취소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향후 전망은

미북정상회담이 전격 무산된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향후 정상회담을 놓고 수싸움과 힘겨루기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입장 북한에 대해 정상회담을 하고 싶으면 미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바꾸고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요구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군사 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경고를 확실히 하며 향후 미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러나 이에 북한은 김계관 제1부상을 다시 내세워 담화를 발표하고 미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나서면서 미북 양측이 모두 대화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기싸움 넘은 북한 도발에 극약처방 초강수

트럼프 공개서한 전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귀하

우리(미국)는 최근 협상과 대화에서 양측이 오래도록 고대했던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관련해 논의하면서 들인 귀측의 시간과 인내, 노력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이 이 회담을 먼저 원했다고 들었지만, 그건 우리에게 전혀 중요치 않았다. 나 역시 당신과 그 곳에 가길 몹시 기대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가장 최근 성명에서 귀측이 보인 큰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심 때문에, 지금 시점에는 이 오래 계획된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 세계에는 해악이 되겠지만 우리 서로를 위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임을 이 서한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귀측은 핵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나, 우리의 핵무기는 매우 많고 강력하며, 신께 바라건대 이를 써야 할 일이 없길 바란다.

나는 귀측과 환상적인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으며, 결국에는 대화만이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언젠가는 귀측과 만나기를 무척 고대한다. 한편으로 나는 귀측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해 그들이 지금 가족과 함께하게 해 준 것에 감사하고 싶다. 그건 아름다운 제스처였고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꾼다면, 주저 말고 연락하거나 편지를 보내 달라. 이 세계, 그리고 특히 북한은 영속적인 평화와 큰 번영, 부유함을 위한 위대한 기회를 잃었다. 이 ‘잃어버린 기회’는 진실로 역사상 슬픈 순간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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