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사진)가 23일 타계했다. 향년 85세.
로스의 에이전트는 그가 뉴욕의 한 병원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사인은 울혈성 심부전이었다.
1933년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태어난 로스는 시카고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59년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굿바이,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30여 편의 소설을 집필했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로스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유대계 미국인의 신경증과 집착을 예리하면서도 재치있게 묘사해왔다.
자전적 에세이 ‘아버지의 유산’(Patrimony·1991)과 소설 ‘미국의 목가’(American Pastoral·1997)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남자로서의 나의 삶’(1974), ‘유령작가’(1979), ‘주커먼 언바운드’(1981), ‘해부학 강의’(1983) 등에선 작가의 분신 격인 네이선 주커먼을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4년 만에 이혼한 영국의 여배우 클레어 블룸이 자신과의 결혼생활을 자세히 묘사한 회고록 ‘인형의 집을 떠나자’를 출간하자, 로스는 이에 분노해 1998년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펴냈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 속에 파멸하는 개인을 그린 이 소설은 미국의 목가, ‘휴먼 스테인’(2000)과 함께 ‘미국 3부작’으로 불린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0년 대선에서 찰스 린드버그에게 패배하는 설정에서 출발한 역사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2004)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0년 ‘네메시스’(Nemesis)를 마지막으로 돌연 절필을 선언했으나 지난해 1960년대부터 2013년까지 쓴 수필과 논픽션 단편을 모아 ‘왜 쓰는가’(Why Write?)라는 책으로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