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가 결정권 가진 주민의회 분리안

2018-05-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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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사회는 커뮤니티의 장래와 관련한 커다란 이슈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한인타운 중심가에 노숙자 셸터를 짓겠다는 시정부 방침을 놓고 한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타운의 절반가량을 ‘리틀 방글라데시 타운’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에 대한 주민투표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LA시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안’은 남북으로 5가와 멜로즈, 동서로는 웨스턴과 버몬트 애비뉴가 교차하는 구간을 ‘리틀 방글라데시’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안이 확정될 경우 한인타운은 두 동강이 나게 된다. 수많은 한인들이 이 지역을 주거와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곳이 ‘리틀 방글라데시’로 지정될 경우 한인타운의 색채를 점차 잃어가게 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향후 한인들의 정치력 결집을 위한 선거구 재조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시의회에 낸 청원서는 500개가 넘는다. ‘리틀 방글라데시’ 지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원에 대한 찬반투표에 필사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3만표 이상 찬성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인커뮤니티로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청원서가 지난 3월 시의회에 의해 승인됐음에도 한인사회는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한인단체들을 중심으로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투표에는 16세 이상 주민은 물론 업주들과 직장인, 부동산 소유주들까지 참여할 수 있다. 유권자 등록이 필요하며, 우편투표를 하거나 6월19일 직접 투표를 할 수 있다.

노숙자 셸터, 그리고 리틀 방글라데시 저지 모두 결코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다. 그러나 해법에 있어서는 리틀 방글라데시가 훨씬 간단명료하다. 노숙자 셸터의 경우 우리가 영향력을 미칠 순 있어도 결정권은 시정부에 있는 반면 리틀 방글라데시는 한인들이 투표를 통해 반대표를 더 많이 던지면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권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말이다. 한인타운을 두 동강 낼 청원을 저지하려면 커뮤니티 전체의 힘을 모아야 한다. 투표자격이 있는 한인들의 빠짐없는 참여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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