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리비아모델 아닌 北맞춤형 트럼프모델’ 내세워 반발 진화

2018-05-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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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모델 선긋기? 국면관리?… “북 과도한 자극 피하고 판 안 깨려는 차원”

▶ 北 페이스 말리지 않겠다는 포석도 엿보여… “북이 만나지 않길 원해도 괜찮아”
세기의 비핵화 담판 앞두고 북미간 기선제압 ‘팽팽한 밀당’

美 ‘리비아모델 아닌 北맞춤형 트럼프모델’ 내세워 반발 진화

일일 브리핑하는 새라 허커비 샌더스 美 백악관 대변인[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6일 북한의 비핵화 해법과 관련, 이른바 '리비아모델'에 선을 긋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리비아모델을 지목, 이 해법을 주창해온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조준하자 북한 맞춤형 제3의 트럼프모델을 대안으로 꺼내 든 것이다.

자칫 정면 대응으로 '강 대 강 충돌'이 빚어질 경우 세기의 비핵화 담판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만큼,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비핵화 목표에 무사히 도달하기 위해 일단 진화를 시도하며 상황관리에 나선 흐름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쉽사리 북한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도 재확인,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간 팽팽한 기선제압 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리비아모델이 미국의 공식 방침인지에 대해 "그것이 우리가 적용 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식 해법을 특정한 롤모델로 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제3의 모델, 이른바 '트럼프모델'로 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의 협상가'로 칭하며 "대통령은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이 신봉해온 리비아모델이 아닌 독자적인 트럼프모델이 적용될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 내 비핵화 강온 노선 간 균열의 틈을 파고들려는 북한의 노림수에 말리지 않으면서도 미국 본연의 비핵화 스탠스도 잃지 않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처참한 몰락으로 귀결된 리비아 해법에 대한 북한의 뿌리 깊은 거부감을 감안, 구태여 리비아모델이란 용어를 사용해 협상 대상인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핵 무력 완성'을 이미 선언한 북한의 경우 리비아와 상황이 다른 만큼, 리비아를 포함해 어느 특정한 모델을 전적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점에서다.


이는 지난 11일 방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면담 후 정부 고위관계자가 북한의 비핵화 모델과 관련, "상황마다 독특한 요소들이 있는 만큼 특정 방식을 뭉뚱그려 북한에 적용한다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말한 것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즉 외견상으로는 리비아모델에 선을 긋는 듯하고 있지만, 내용상의 후퇴를 시사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면 관리용 성격이 더 크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실제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북한 비핵화 모델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비핵화 요구 수위를 다소 조절해 가며 전술적 변화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샌더스 대변인은 한편으로 북한의 반발에 대해 "충분히 예상해온 일"이라며 설령 회담이 무산되더라도 연연하지 않겠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초장부터 기선제압 싸움에서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희망을 계속 내비치면서도 북한의 이번 반발에 대해 '늘 해오던 패턴이라 놀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만나지 않길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재방북 당시 동행했던 국무부 브라이언 훅 선임 정책기획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큰 성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적으로 괜찮다"며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도 "매우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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