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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장벽 쌓기’ 15개월

2018-05-16 (수)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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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장벽”(great, beautiful wall) 건설을 다짐하며 취임한 지 벌써 15개월이 되고 있다. 그의 다짐과는 달리 의회에 막혀 아직 국경에 콘크리트를 쏟아 붓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5개월은 쉼 없는 ‘장벽 쌓기’와 다르지 않았다.

취임 직후부터 쌓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 ‘장벽’은 결과적으로 콘크리트가 아닌 그가 쉼 없이 쏟아낸 행정명령들과 각종 이민규정과 절차 변경, 이민자 체포와 추방의 형태로 벽을 높여왔던 셈이다. 지난 15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장벽 쌓기’로 이민자를 지켜주던 보호막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졌고, 이민자들 앞에는 새로운 장애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 전국의 이민구치소들마다 단속에 적발돼 추방절차를 기다리는 이민자들로 채워졌고,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부모를 볼 수 없게 될 것이 두려워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어린 학생들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이지만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인 학생들만 600만명에 달한다. 추방명령을 받은 적이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 워크퍼밋을 발급 받아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90만명의 이민자들도 두렵기만 하다. 1년에 한번 받아야 하는 이민국 ‘체크인’(check-in)을 하러 갔다 체포돼 추방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천신만고 끝에 대법원의 판결로 가까스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70만명의 추방유예 ‘드리머’청년들도 15개월째 불안하고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았거나 앞두고 있는 엘살바도르 등 수십만명의 임체류신분(TPS) 이민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10년에서 길게는 20여 년간 미국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임시체류신분 종료는 추방과 다르지 않는 청천벽력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지 못해 문턱에서 좌절하는 난민 숫자도 치솟고 있다. 트럼프의 장벽 쌓기로 난민 입국 규제가 대폭 강화돼 절박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난민들이 국경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영주권 취득자격을 가진 합법이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푸드스탬프나 건강보험보조 등 비현금 공적부조를 받은 합법이민자들의 영주권 취득을 제한하려하고 있다. 미 이민역사상 단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던 비현금 공적수혜를 이유로 영주권 취득을 막으려 하는 것이다.

이민자 권익옹호단체 ‘이민자 정의를 위한 미국인’(AIJ)은 최근 공개한 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이민정책은 이민자와의 전쟁을 위해 장벽을 쌓는 것이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민자의 마땅한 권리를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며 “이민자 누구라도 추방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땅한 권리가 무너지고 해체되는 트럼프 시대에 이민자가 권리를 지키려면 트럼프가 쌓은 장벽을 해체하고 무너뜨려야 한다. 10여년이 지체되고 있는 포괄이민개혁 성사가 바로 그것이다.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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