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를 웃긴 꽃’

2018-05-08 (화) 윤희상 (1962- )
작게 크게
‘소를 웃긴 꽃’

현혜명,‘Camellia’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시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 한 것이지

윤희상 (1962- ) ‘소를 웃긴 꽃’

크고 순한 눈망울을 가진 소가 꽃밭에서 웃음을 웃는다. 발밑에 지천으로 피어난 조그만 꽃들이 간지러워서 말이다.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웃음 나는 정경인가. 저 벌판의 꽃들은 참으로 힘도 세다. 저 큰 소를 살짝 공중으로 들어올리기도 하니 말이다. 쬐끄만 꽃들 위에서 덩치 큰 소가 잠시, 중심을 잃고 쓰러질 듯 기우뚱하는 모습이 정겹다. 착한 것들이 착하게 어울린 이런 벌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아주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나주 벌판의 소와 꽃, 동물의 왕국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하면 시청률 최고, 전 세계 사람을 하하 웃기고도 남겠다. 임혜신<시인>

<윤희상 (1962- )>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