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셸터, 의견수렴 거쳐야
2018-05-04 (금) 12:00:00
LA 시정부가 한인타운 한복판에 노숙자 응급셸터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10년 내에 LA를 노숙자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천명해온 에릭 가세티 시장은 일차적으로 시 전역에 임시 셸터를 개설한다며 한인타운 내 시정부 소유 주차장을 후보 부지로 발표했다.
LA는 미 전국에서도 노숙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시 중 하나이다. 셸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 잠을 자는 노숙자가 2만5,000 여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정부가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이번 시정부의 갑작스런 발표는 유감스럽다. 시정부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노숙자들 못지않게 인근 주민들에 대한 배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한인타운 한복판 부지를 노숙자 셸터로 구상하면서 한인 커뮤니티 혹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가세티 시장의 이번 셸터 조성안은 2,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시 전역 15개 시의회 지역구마다 임시 셸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시 셸터를 만든 지역구에는 130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한다. 영구적 셸터 건립에는 수년 씩 걸리는 만큼 우선 임시 거처를 만들어 6개월 내에 1,500명의 노숙자들을 거리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셸터를 만들지 못하면 해당 기금을 받을 수 없는 만큼 각 지역구는 주민들의 반발을 덜 사면서 관할구역 내 어딘가에 셸터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LA 한인타운이 속한 10지구의 허브 웨슨 시의원은 한인타운 한복판이 셸터 조성 최적지라고 소개했다. 상가와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이곳 주민들과 사업주들의 의견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4시간 운영 노숙자 셸터가 바로 옆에 있으면 고객들의 발길이 끊길 것을 인근 업주들은 당장 걱정한다. 청결과 치안 문제 때문이다. 아울러 시영 주차장이 없어지면 지금도 심각한 주차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래저래 비즈니스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는 업주들의 우려에 시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정부는 노숙자들을 시민으로써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협조하는 것이 바른 자세이다. 시정부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이고 주민들은 가능한 방안들을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LA 시정부는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조성에 앞서 의견수렴이라는 당연한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