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 어머니가 그리워요’

2018-05-03 (목) Leonard Co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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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머니가 그리워요’

김경애,‘Garden #1’

어머니를 인디아에 모시고 가고 싶어요
가서, 금과 장식품을 사드리고 싶고
어머니가 거리의 빈자들과
아라비아 용서할 수 없이 경이로운 잿빛
바다를 보며
한숨짓는 소리는 듣고 싶어요
그래요, 어머니가 다 옳았어요
내 어리석은 기타에 대해서도
그것을 따라 간 나의 인생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말해줄 수 있을 거예요
순면의 깃발과
항구의 슬픔에 대하여, 그리고
오래된 둥근 아치들이 무엇인지도,
나의 작은 머리를 토닥여주시며
내 더러운 노래들을
어머니는 축복해 주시겠지요

Leonard Cohen ‘난 어머니가 그리워요’
임혜신 옮김

레너드 코헨의 시집 ‘Book of Longing’에 실린 시이다. 그의 노래 가사처럼 이 시에도 그 특유의 진솔한 감미로움이 있다. 어머니가 옳았다는 고백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머니를 거부했던 아들의 아픔이 배어있다. 어머니는 이 세상 모든 방황하는 아들들을 가슴에 품는다. 어머니는 가난과, 부당함과, 잿빛 바다의 슬픔과, 나부끼는 깃발 같은 인간의 욕망, 그 빛과 그늘을 다 받아들이며 가능케 하며 용서하며 축복한다. 가난하고 풍요한 이율배반의 땅 인도는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 지극히 인간적 땅이다. 인도는 그러니까 코헨 자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와 인도로 가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노래를 축복하는 저 먼 모성의 대지로. 임혜신<시인>

<Leonard Co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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