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어린이 입국 허용, 140명 여전히 국경 대기

중미의 연례 미국 입국 캐러밴과 함께 국경에 도착한 한 중미인이 1일 미국-멕시코 티화나 국경 검문소 앞에서 노숙하며 점심을 먹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미국 망명을 바라며 3,200㎞ 넘게 걸어온 중미 이주자 행렬 중 일부가 30일 마침내 미국 영토에 발을 디뎠다.
‘캐러밴’(Caravans)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출신으로 한 달 동안 멕시코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렀다.
이들은 가난이나 범죄 조직의 폭력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탈출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부활절 전후로 무리를 지어 대규모로 이동한다.
올해는 약 1,000 명이 출발했다. 중간에 이탈자가 있어 약 150명만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이들의 행보는 올해 더욱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9일 캐러밴 행렬이 샌디에이고 남쪽 멕시코 국경에 다다랐다.
그러자 관세·국경수비대는 보호시설이 만원이라면서 이주자 행렬의 입국을 막았다. 입국을 거부당한 이들은 멕시코 국경 통로 입구 건너편 길가에서 노숙했다.
하지만 국제법에 따르면 미국은 이들의 망명 신청을 무조건 거부할 수 없다. 결국, 관세·국경수비대는 공간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관련 절차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고 다음날 일행 중 여성과 어린이 8명에게 입국을 허락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들은 법에 따라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주 프로젝트를 이끈 알렉스 멘싱은 AP통신에 “이것은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다만, 아직 140여 명이 멕시코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통과한 이들은 대개 검문소 등에서 사흘가량 머문 뒤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넘겨진다. 만약 이들이 초기 심사를 통과하면 보호소에서 생활하거나 전자팔찌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이민 법원을 거쳐 최종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고국에서 학대를 받았다는 충분한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현재 망명 신청 대부분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엘살바도르인 망명 신청의 경우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79%가 거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