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현장 DNA와 민간 ‘족보사이트’ 대조…개인 생체정보 유출 논란도
42년간 미궁에 빠졌던 미국 연쇄살인·강간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지난해 엉뚱한 남성을 찾아가 DNA를 채취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AP통신은 1970∼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작년 일반인 유전자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활용,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의 유전자(DNA) 샘플을 채취했다고 27일 보도했다.
40여건의 강간과 10여건의 살인으로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 킬러'라고 불렸던 용의자의 실체는 전직 경찰이었던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로, 새크라멘토 경찰은 지난 25일 그를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AP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2017년 3월 오리건주 경찰은 캘리포니아주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 양로원에 있던 당시 73세 남성의 DNA 샘플을 채취했다.
경찰이 그 샘플을 수집하고 추가 검사까지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 남성은 현재 건강이 악화해 관련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상태다.
그의 딸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경찰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AP에 말했다.
경찰이 부친의 DNA 샘플을 채취했다는 사실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연방수사국(FBI)이 가족에게 유전자 가계도를 달라며 연락을 취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의 이러한 '실수'는 역설적이게도 범인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DNA 수사'와도 관련이 있다.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DNA에서 희귀한 유전적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대조하기 위해 여러 민간업체의 '온라인 족보 서비스'를 이용했다.
족보사이트는 보통 이용자들이 DNA를 제출해 친척이나 조상을 찾기 위해 쓰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DNA 정보를 족보 서비스에 올리고 가짜 프로필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아 그와 일치하거나 가까운 친척을 찾았다. 그렇게 몇몇 가계로 범위를 좁히고 나이 등 프로필을 따져 용의자를 추적했다.
지난해 범행과 무관한 양로원의 남성을 의심했던 것은 경찰이 용의자 DNA에서 희귀한 유전적 특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무고한 사람의 DNA를 채취한 것은 물론 일반인의 생체 개인정보가 수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 내 사설 DNA 사이트의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법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 정보는 미제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만,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