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짜’ 위험 부르는 ‘가짜’ 화장품

2018-04-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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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업소들도 많고 한인 소비자들도 많이 찾아가는 LA 다운타운 샌티 앨리의 화장품 업소들 다수가 ‘짝퉁’ 화장품을 팔다가 적발되었다. 이번 주 초 LA 경찰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21개 업소가 가짜 제품 판매로 적발되었고 6명의 업주가 체포되었다고 밝히는 한편 다운타운을 비롯한 LA 전역에서 가짜 화장품 판매 단속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짜 명품을 만들어 파는 이른바 ‘짝퉁’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부쩍 늘어난 것이 정품보다 50~90%나 싸게 파는 가짜 화장품이다. 지난해 미 세관당국이 압수한 가짜 화장품의 규모는 14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선적이 2,000여건으로 이젠 짝퉁 화장품의 규모가 짝퉁 핸드백을 능가하고 있다. 이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같은 ‘짝퉁’이라 해도 핸드백과 화장품은 그 문제의 심각성이 다르다. 가짜 핸드백도 명품 제조사의 브랜드 가치를 훔쳐 파는 도둑질이지만 가짜 화장품은 이에 더해 불량식품처럼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다. 짝퉁 화장품 자체는 ‘가짜’이지만 그것이 초래하는 건강 위험은 ‘진짜’다.

경찰당국과 미 주류 미디어가 조사한 가짜 화장품들의 실체는 끔찍하다. 포장이나 용기는 정품과 유사하지만 그 안의 제품에선 비소, 수은, 알루미늄 등 상당량의 유해 화학물질과 함께 쥐의 배설물도 발견되었다. 특정 화장품에 허용되는 납 성분도 기준치를 훨씬 초과해 짝퉁 맥(MAC)립스틱의 경우, 정품보다 15배나 더 포함되었다. 한 짝퉁 향수에선 청산가리와 사람 소변이 검출되기도 했다.


대부분 비위생적인 무허가 공장에서 제조되는 가짜 화장품 사용의 후유증은 다양하다. 눈이나 입술이 붓는 앨러지 반응, 피부 발진, 약한 화상 등에 그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혈압과 불임, 뇌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당국의 단속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그 이전에 업주가 판매를 안 하는 자정노력을 보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경계자세다. 얼굴에 유독한 화학물질과 쥐의 배설물을 바르고 싶지 않다면 ‘믿을 수 없이 싼 값의 화장품’은 일단 의심하는 것이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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