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버라 부시 여사 별세
▶ 73년 해로 대통령 부부 최장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부시 여사가 지난 2004년 휴스턴에서 열린 테니스 매스터스컵 대회를 다정하게 함게 관전하고 있는 모습. [AP]
17일 92세로 별세한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바버라 부시 여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모조 진주 목걸이 애용하고 백발과 주름살을 감추지 않는 소탈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남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보다도 더 높은 인기를 끌었다. 바버라 여사는 또 틀에 박힌 워싱턴 정가에 할머니 스타일이 도입되게 만들기도 했다.
1925년 생인 그녀는 뉴욕의 명문 가문 피어스가 출신으로, 출판사 간부의 딸로 유복하게 자란 그는 열아홉 살 나이에 대학을 중퇴하고 20세 때인 1945년 당시 해군 조종사였던 부시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이후 지금까지 73년 간 결혼생활을 해 미 대통령 부부들 가운데 가장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유가족으로는 남편 외에 5명의 자녀와 17명의 손주, 7명의 증손주 등이 있다.
바버라 여사는 미국 사회에서 ‘자녀 교육 잘한 어머니’로도 꼽힌다. 맏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바버라 여사가 “언제나 최고의 충고를 해줬다”고 했고,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둘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는 “어머니는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대통령이 되었을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부시 대통령 부자 재임 시 직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바버라 여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성성한 백발은 1953년 딸 폴린이 3세 때 폐렴을 앓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머리가 탈색되기 시작해 이른 나이에 백발이 됐지만 염색하지 않고 그냥 둔 것이다.
바버라 여사를 ‘국민 할머니’로 자리매김하게 된 다른 동력은 인간적인 소탈함과 유머 감각이다.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착용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세 줄짜리 굵은 모조 진주목걸이에 대해 바버라 여사는 “원래 주름을 가리려고 목걸이를 한 건데 이제는 소용이 없어졌다. 이제는 얼굴 전부가 주름 아니냐”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바버라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바버라 부시 재단’을 설립해 미국 사회의 문맹 퇴치 운동에 앞장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