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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로힝야족 국내서 해상탈출 재개

2018-04-16 (월)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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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의료·교육 등 제한 받자 너도나도 바다로

▶ 방글라데시 국경 쪽 안거치고 브로커 없이 무작정

지난 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 섬 인근 해역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탄 보트가 말레이시아 해양경찰 의 통제를 받으며 쿠알라케다 부두에 정박해 있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처음 등장한 로힝야 보트 피플인 이들은 현재 말레이시아 이민감호소에 수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

보트를 타고 표류하다 인도네시아 어선들에 의해 구조된 로힝야 난민들이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아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AP]


올해 1월 로힝야 난민들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경 지대의 바루칼리 난민 캠프에 도착하고 있다. [AP]


지난 2일 태국 남부 해역에서 표류하던 작은 배 한 척이 인근을 지나던 어부에 의해 구조됐다.

여덟 살 소년 카말 후센과 엄마 모미나(20) 등 배 안에 있던 5명은 모두 불교 중심 국가인 미얀마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박해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이다. 이들을 구조한 건 인도네시아 아체 지방 출신 어부였다. 배는 이후 무려 325㎞를 항해한 끝에 6일 새벽 1시30분쯤 아체에 무사히 도착했고, 로힝야 난민들도 현지 구조대원들의 도움 속에 모두 병원으로 직행했다.

이 소식은 아체 동부 해상 구조요원이자 ‘어린이 미디어 센터(CMC)’ 자원활동가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CMC 국장인 만띠 하산은 필자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소속 활동가가 기록한 로힝야족 5명의 상황을 상세히 전해 줬다. 로힝야 이슈에 집중해 온 비정부기구 ‘구탄요재단(YG)’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만띠는 “모미나의 네 살배기 둘째 아들이 항해 도중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지금 심한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이어 “모미나의 언니가 인도네시아의 북부 수마트라섬 도시인 메단 소재 이민감호소에 있다는 걸 YG 활동가들이 파악했다”며 “자매 간 교신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이민성 감호소에는 소말리아인, 아프가니스탄인, 스리랑카 타밀족 등과 함께 로힝야족 426명이 구금돼 있다. 모미나 자매는 이 구금시설 안에서 조만간 해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도 로힝야 보트 피플이 태국 안다만해에서 발견됐다. 3년 만에 처음 등장한 로힝야 난민선이었다. 56명을 태우고 궂은 날씨 속에 3주가량 표류했다는 이 선박은 이튿날 태국 남부 ‘코 란타’에 잠시 정박, 식량을 얻은 뒤 다시 출항해 4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 입항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이민감호소에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이민성 감호소 내에서 사망한 외국인 118명 중 절반 이상이 미얀마 출신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난민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독립적인 감시기구나 언론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감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인권 사각지대들이다.

위의 두 사례는 로힝야족 해상탈출 재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2012년 본격화해 2015년 최고조에 달했다가 로힝야족 난민 정착을 불허하는 태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잦아들었던 로힝야 보트난민 물결이 재연될 것이라는 징후인 것이다.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로힝야족 난민촌이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또는 방글라데시 국경과 인접한 미얀마의 마웅도 타운십(로힝야족 주 거주지)에서 출발했던 과거 난민선들과 달리, 이번 난민선 두 척은 모두 라카인주(州)의 주도인 ‘시트웨’에서 항해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잊혀진 시트웨 로힝야족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중요한 대목이다.

시트웨는 한때 로힝야족과 라카인족 불교도들이 이웃처럼 지내며 살던 곳이다. 그러나 2012년 로힝야족 학살로 귀결된 두 커뮤니티의 폭력 사태 이후 로힝야 거주민들은 시트웨 외곽으로 전부 쫓겨났고, ‘게토(ghettoㆍ강제 격리 거주지역)’나 다름없는 국내 피난민 캠프가 형성됐다. 지난 6년간 이 곳에 갇혀 사는 주민들은 12만~1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식량기구의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심지어 미얀마 당국이 구호식량 배급에 종종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의료ㆍ교육 기회가 박탈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취재도 최근 들어선 원천 봉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결국 이 곳에 사는 이들이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닷길뿐이다. 난민선이 시트웨를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게토 피난민 로 샤피(가명, 10대 후반)는 “이 곳에서 단 1초도 살고 싶지 않다. 여기 있는 로힝야들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둘째, 밀항선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난민들 스스로 탈출 계획을 수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로힝야 망명 언론 ‘로힝야 블로거’의 기자 안 와르는 “시트웨 출발 난민선의 경우 인신매매단이 개입되는 사례는 없다”며 “현 상황을 보면, 선박 소유자가 자신의 배로 떠나면서 다른 이들도 태워 가는 식”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9, 10일 항해를 시도하려던 배가 방글라데시쪽 해군 감시망이 세져 출발하지 못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날 움직임이 보이면 또다시 인신매매(밀항) 네트워크가 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로힝야 블로거’는 지난달 24일 시트웨를 떠난 배 두 척이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2014년 이래 지중해에서 보트난민 구조작업을 해온 해상난민구조센터(MOAS)는 4일 성명을 통해 “로힝야 해상 난민을 위한 첫 구조선이 안다만 해역으로 향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방글라데시 난민촌 활동을 시작한 MOAS는 “로힝야 난민들이 기상 악화에도 불구, 위험한 배를 타고 바닷길로 탈출한다는 소식에 우리의 해상 순찰 임무를 개시한다”고 설명했다. 첫 출항에 나선 ‘마이 피닉스호’는 오는 15일 안다만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며, 다음달 15일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로힝야 난민선이 지나는 바닷길이 있는 방글라데시와 태국, 미얀마 등 인근 해역에 풍랑이 거칠게 몰아칠 5, 6월 ‘우기(雨期)’가 다가오고 있다. 필사적 탈출은 우기 시작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밤에도 100명 가량을 태운 보트가 시트웨 ‘온또’ 해안을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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