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무시가 초래하는 소비자 불신
2018-04-13 (금) 12:00:00
신문사에 많이 들어오는 제보 가운데 하나는 한인마켓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을 팔고 있다는 고발이다. 11일자 한국일보는 최근 이런 소비자 고발을 토대로 한인타운 6개 마켓을 대상으로 무작위 조사를 해 본 결과 모든 매장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는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뿐 아니라 냉동만두 등 보관이 중요한 제품들도 적지 않았으며 길게는 9개월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까지 팔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찝찝하고 불쾌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는 것은 제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는 소비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이다. 소비자들은 표기된 유통기한을 통해, 구입해도 좋을 만큼 신선하고 안전한 제품인지를 가늠하게 되는 것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안전성과 관련해 생산자와 판매자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유일한 명시적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유통기한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유통기한은 단지 언제까지 판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준일 뿐, 기간이 지난 제품이라고 해서 꼭 해로운 건 아니라는 논리다. 유통기한에 대단히 엄격한 한국과 달리 미국의 연방법은 일부 유아식품을 제외하곤 유통기한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유통기한이라는 기준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식품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안전성은 점차 실종되고 소비자들의 혼란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 보도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에서도 이런 우려와 분노가 그대로 확인된다. “미국 마켓에서도 간혹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눈에 띄지만 한인마켓에는 그 빈도가 훨씬 더하다”는 지적에서부터 이런 식품들을 많이 팔고 있다며 특정 마켓을 언급한 독자도 있었다. 또 “일부 납품업체들이 한국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들여와 마켓들에 싸게 공급한다”는 고발도 있었다.
이런 반응들이 보여주듯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판매가 초래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신이다. 그리고 그런 불신은 결국 마켓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더 우선이 돼야 하는 건 마켓들이 꼼수를 부리지 않고 기한이 지난 식품들은 진열대에서 곧바로 치우는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다. 소비자들의 생명, 그리고 건강과 직결된 식품 유통에서는 그 어떤 호도와 눈속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마켓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