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무장관 파면과 그 이후

2018-03-22 (목)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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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 파면과 그 이후

남선우 변호사

아무리 새벽부터 트위터를 만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트럼프가 트위터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파면을 본인에게보다 먼저 세상에 공표한 것은 너무했다. 그 순간 틸러슨은 “시궁창 같은 나라들”이라고 트럼프가 망언했기 때문에 모욕감을 느끼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달래기 위해 그 수도들을 순방 중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틸러슨이 급히 귀국하여 즉각 장관업무를 차관에게 넘기는 자리에서 국무부 관리들을 칭찬하고 격려한 반면 트럼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틸러슨의 해고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예견돼왔었다. 그가 국방부 관리들과의 회의 끝에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것이 널리 보도됐고, 본인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틸러슨은 엑손 모빌에서 잔뼈가 굵어 CEO까지 했지만 공직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 트럼프와 닮은꼴이었기에 외교수장 자격이 모자란다는 평을 받았었다. 처음부터 그는 국무부 직업 외교관들과 직원들을 불신하는 언동을 보여 왔다.

예를 들면 국무부 예산의 30퍼센트 삭감이라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트럼프의 정책집행에 열을 올렸고 동아시아 차관보 등 여러 고위직에 아무도 임명하지 않은 채 1년을 넘겨 고위 외교관들의 사퇴가 줄을 잇기도 했다.


또 러시아의 2016년 대선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인들에 대한 홍보활동 등을 위해 통과된 1억2,000만달러의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사람도 틸러슨이다. 하지만 틸러슨은 이란과의 핵협정 폐기를 위한 수순, 파리 기후조약에서의 탈퇴, 그리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으로의 이전 등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반대의견을 보여 왔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운반수단 완성에 뒤따르는 위기의 해결책으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사람도 틸러슨이었다.

트럼프가 틸러슨과 의견이 맞지 않았기에 해임한다면서 그의 후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을 임명했다. “나와 사고방식이 같다”고 트럼프가 임명한 폼페이오(54)는 육사 출신으로 하버드 법대를 나왔고 하원의원을 7, 8년 하다가 트럼프에게 CIA 국장으로 발탁됐던 사람이다. 그가 매일 아침 트럼프에게 정보보고를 하면서 다른 측근들보다도 많은 신임을 얻게 되었단다.

트럼프는 5월 말 이전에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발표해서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과 만나고 돌아온 한국정부의 특사들과 3월8일 45분 동안 회담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즉석에서 김정은의 회담제의를 수락해서 그들이 화들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또 깜짝 놀란 것은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H.R. 맥마스터 안보보좌관, 그리고 다른 측근들이었다니 트럼프의 돌발적 충동과 변덕이 앞으로 국내외 정세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걱정된다. 왜냐면 정상적 대통령이라면 김정은의 회담제의에 대해 유관 각료회의와 전문가들의 평가 등을 심사숙고한 후에 가부간에 대답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파격적 스타일은 김정은과의 회담 관련 발표를 미국측 관리들이 아니라 한국측에 맡겼다는데서 드러난다. 전대미문의 돌출행동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스타일이다. 공화당의 아부꾼들을 제외한 생각 깊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김정은 회담이 사전조율과 타협점의 합의를 거친 이후에나 있어야 되는 최종절차여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폼페이오 장관 지명자는 작년 말 트럼프에게 보고 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장착 탄도탄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시한이 몇 달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보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정권교체나 선제공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트럼프와 김의 회담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트럼프의 즉흥적 가변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백악관 수석 보좌진들과 기타 고위직들의 전례 없는 이직과 면직 현상 때문이다. 29세 나이로 양딸과 같았다는 커뮤니케이션 국장 호프 힉스가 몇 주 전 하원정보위원회에서 증언하는 가운데 트럼프를 위해 “악의 없는 거짓말”은 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다음날 사직한 것이 한 예다. 그는 대선시절부터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그의 심경파악과 아울러 제반사태에 대한 그의 반응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졌던 사람으로 평가됐었다.

그보다 더 심각하기로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 마스터 안보보좌관의 장래다. 만약 그 둘 중 하나라도 자리를 잃는 경우 트럼프의 예측불허의 좌충우돌은 더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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