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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기회 동시에 왔다”

2018-03-18 (일)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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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특별 인터뷰

▶ 전쟁 위험 종식,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해야

“한반도 위기·기회 동시에 왔다”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운동가이자, 대북전문가인 법륜스님이 지난 14일 워싱턴을 찾았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워싱턴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진 만큼 타결 기회도 높아졌다”며 남북과 주변 강대국의 역할을 강조했고, 줄곧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특사 파견과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그의 예측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에게서 직접 현 정세를 들어봤다.


-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워진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의 찌꺼기를 완전히 청산할 수 있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기회가 왔다. 군사적 충돌과 전쟁의 가능성도 어느 때 보다 높다, 향방을 점칠 게 아니라 기회는 살리고 위기는 줄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 태도는 전쟁위기를 높이기도 하지만, 협상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 평창 동계올림픽의 의의는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다. 평화시대엔 스포츠 게임이지만 긴장고조 시기에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평창올림픽은 스포츠 제전으로서도 잘 치러졌고, 갈등하고 있던 남북간 긴장을 완화시켰다. 평화의 첫발을 내딛는 계기였고, 어느 올림픽보다 올림픽 정신에 부합했다.


-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다. 분단은 일제 강점의 후유증이다. 분단을 극복하는 것은 일제 식민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가져오는 것이다.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분단 장벽을 허무는 일은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남북 지도자들은 자신의 견해나 입장에 집착하지 말고 대승적 입장에서 민족적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쟁은 안된다. 또 지속적인 발전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남북상호교류와 협력, 투자 등 경제적 통일부터 먼저 해나갈 수 있다. 평화를 우선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되어야 한다. 또 북미간에는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핵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 한반도 비핵화 방안은
선(先) 북한의 비핵화가 가장 좋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불가할 것이다. 또 북한은 미국에 선 적대시 정책 철폐를 요구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핵 동결로 출발해야 한다. 이는 핵 개발 중단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의 핵 소유를 인정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핵 폐기를 전제로 해 출구를 두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체제를 보장함으로써 안심시켜야 한다. 핵 동결은 핵 확산을 중단시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미완이기 때문에 이를 중단 시켜 북핵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은 전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북·미의 이해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 비핵화의 첫 걸음이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다.

-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은
한반도의 위기가 여느 때보다 높다. 정상회담이 잘못되면 군사적 충돌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시기도 빨라진다. 칼날 위에 서 있는 상황이다. 민족사적으로 정전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우선 전쟁 위험이 극복돼야 한다. 전쟁 위험이 고조된 시점에서 순위에서 밀린다. 평화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다음 해야 한다. 유엔 제재가 강화된 마당에 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북핵 위협이 감소돼 유엔 제재가 완화되면 최우선적으로 재개해야 할 것이다.

- 현 상황에서 미주한인의 역할이 있나
전쟁 위험도 높아졌고, 평화체제 구축 기회도 높아졌다. 전쟁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미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 의원들에게 전쟁을 몰고 올 군사적 행동은 안된다고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 한국민보다 미시민권자의 영향력이 더 크다. 북미정상회담이 잘 성사돼 평화체제가 구축되도록 요청해 달라.

- 북한과 미국에 바라는 바는
북한도 노력해야 한다.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북미간 현안인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미군 유해 발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 미국시민권자인 이산가족에 대해 상봉의 기회를 제공해서 회담 성사를 위한 미국 여론 개선에 북한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 민간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중단돼 있다. 재개했으면 좋겠다.
법륜스님은 이번 방미 순회강연에서 LA나 뉴욕 등 대도시 보다 중소도시 위주로 한인들을 찾아, 최근 정세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는 20일(화) 오후 6시 30분 성공회 워싱턴교회에서 워싱턴 민주평통 주최로 ‘평창을 넘어 평화와 통일’를 주제로 열린다. 법륜스님은 “미국에 살기 때문에 조국의 전쟁을 막고 통일의 기회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동포들이 많이 참여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법륜스님이 지도하는 좋은벗들 미주지부는 한반도 평화 협정체결을 촉구하는 백악관 청원운동과 함께 대통령과 연방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인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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