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암담한 현실

2018-03-16 (금)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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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주석 호찌민은 공산주의자였지만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 민족주의자였다. 그가 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평생 헌신하며 살다 간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호찌민은 평생을 국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어떤 특권도 마다하고 오로지 국민통합만을 이루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매진했다. 베트남은 그의 이런 정신으로 온 국민이 단합해 거대한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호(胡) 아저씨’라 불리며 평생을 청빈하게 살다가 죽을 때는 단지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만 달랑 남기고 간 인물이다. 호찌민은 사후 자신의 묘지를 만들지 말라고 유언했지만 후계자들이 하노이에 만든 묘지를 성역화해 연일 수많은 방문객들이 그를 참배하고 있다.


그 외 젊은이들의 우상인 혁명가 체 게바라도 겸손함과 인간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쿠바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저우언라이 역시 중국공산당 지도자중 가장 도덕적이고 최고의 정신을 가진 인물로 두고두고 추앙을 받고 있다. 그는 문화혁명 때 “내가 지옥으로 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으로 갈 것이며, 내가 고해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누가 고해로 들어갈 것인가?”고 절규할 정도로 희생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들은 불행하게도 부끄러운 역사만 반복하고 있다. 권력남용, 부정축재, 친인척비리 등과 같은 부도덕한 비행에 연루되는 참담한 소식만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뇌물수수, 권력남용 등 각종 불법행위로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터지더니 이번에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역시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 등 16개 혐의로 포토라인 앞에 섰으며 구속될 경우 또 한 차례 전직 대통령이 쓸쓸히 구치소로 향하는 처연한 뒷모습을 온 국민이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도층 인사들의 부도덕한 추행도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어 지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정치계는 물론, 학계, 문화계, 연예계, 종교계 등 사회 전반의 유명 인사들이 성추행 혐의에 휘말려 온통 나라가 시끄럽기 짝이 없다. 미국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이어지자 한국에서도 한동안 참고 있던 한국여성들이 그동안 당한 추행이나 성폭행 등의 사건을 고발하기 시작, 언제 또 어느 유명인사의 추행사실이 드러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나라가 이처럼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올바른 국가의 지도자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국가의 대통령부터 청렴한 자세로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섬길 줄 아는 덕망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나라가 전반적으로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역사에서 보면 언제나 혼란하고 위기일 때 미래의 빛이 되고 희망을 주는 영웅이 나타났다. 이렇게 역사를 바꾼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깨끗한 리더십을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맨발의 성자라고 일컫는 마하트마 간디는 무저항운동으로 인도의 독립을 쟁취했다. 그는 말하기를 “리더십은 권력을 손에 넣고 무력을 지배함으로써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원칙과 동시에 충실한 인물만이 진정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물질적으로 청빈한 지도자, 도덕적으로 깨끗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사회 전반이 말끔해진다. 아래로 공무원의 온갖 부정부패, 청탁 비리 등이 사라지고 성 도덕적인 문제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되고 지도층의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까지 전반적으로 환골탈태하는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그래야 맑은 물에 고기가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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