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취임 후 처음 브리핑룸 깜짝 방문도
▶ 세계 언론 긴급 타전… 일본은 당혹감 역력

한국시간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결과 브리핑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
■ ‘북미 5월 정상회담 가시화’ 막전막후
한국 정부의 ‘특사 외교’를 가교로 성사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합의는 드라마틱했다. 이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파격적인 태도 덕분이기도 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서로 지지 않고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고 가는 듯했지만, 대화의 계기를 풀어나가는 장면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던 때와 마찬가지로 극적이었다.
8일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등 특사단을 통해 미국에 전달된 김정은의 메시지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초대장 성격의 친서를 보내는가 하면 비핵화 의지와 핵·미사일 실험 자제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초강력 대북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작전은 물론 군사 옵션까지 공공연히 시사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역시 김정은 못지않게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동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국 정부가 “중대 성명을 발표한다”고 직접 예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제안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룸 방문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물론 참모들도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라고 CNN 방송과 AP 통신이 보도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해듣자마자 곧바로 수락을 결정하고 5월을 회담 시한으로 공표한 것도 파격 중의 파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 발표 예고를 먼저 한 뒤 문 대통령의 특사단인 정의용 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직접 면담한 것으로 보여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을 보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직후 트위터를 통해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대화 테이블에서의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북한 김정은의 회담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 의사를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가운데 전 세계 주요 국가 언론들이 관련 소식을 긴급 속보로 타진하며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이날 AP통신, AFP통신, 로이터통신, dpa통신, 교도통신, 신화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김 위원장이 핵실험 중단을 약속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또 CNN 방송은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라”며 백악관에서 브리핑 현장을 생중계했다. AP통신은 이번 북미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면 “북한 지도자와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만남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래 공식적으로는 전시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소식을 급하게 전하면서 “하나의 역사적인 회합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은 ‘중대 변화’, ‘대사건’이란 용어를 쓰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관영 신화망은 ‘중대 변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 안에 만난다’는 기사를 긴급 타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가시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패싱’을 우려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극도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