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생활비 비싸 못살겠어… 타주 갈까” 고민

2018-03-08 (목) 12:00:00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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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 “집구입 엄두 안나” 이주 고민

▶ 자영업자 “남는게 없어” 가주 탈출 늘어

맞벌이 부부인 한인 박모(31)씨. 고등학교때 유학을 온 이들 부부는 지난해 말 영주권을 받은 후부터 타주로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을 다니고 있는 박씨의 아내는 영주권 취득 후 출산까지 고려할 경우 현재 LA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타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 현재 타지역으로 전근까지 신청해 놓은 상태다.

박씨는 “외국계 은행을 다니다 보니 같은 조건에서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해 타지역으로 가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맞벌이를 한다고 하지만 LA지역 렌트비와 생활비가 너무 비싼데다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라 주택 구입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거기에 임신을 한다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조금이나마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남편과 애리조나나 텍사스쪽으로 이주하는 것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LA 한인타운내 식당 운영을 위해 자리를 알아보던 한인 김모씨도 현재 식당 개업을 타주에서 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김씨는 “일단 렌트비가 너무 비싼데다 최저임금에 식자재까지 초기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며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수익을 계산해 봐도 LA지역에 렌트비, 종업원 임금, 각종 비용을 제하면 남는게 없더라. 회사를 운영하거나 장사하기에 캘리포니아주가 최악이라고 하는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알아보니 답이 없더라”고 말했다.


비싼 물가와 치솟는 렌트비로 타주로 이주를 선택하는 가주 주민들이 지난 10년간 6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본보 2일자 보도) LA를 떠나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을 고려하는 한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한인들의 경우 은퇴 후 날씨와 거주환경 등을 이유로 한인타운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높지만, 대학을 졸업한 젊은 세대들의 경우 LA 한인타운보다는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타지역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캘리포니아를 떠나 타주로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주택가격과 생활비다. LA 한인타운의 경우 웬만한 아파트나 콘도 렌트비가 2,000달러에 달하는 등 계속 인상되고 있는데다 주택을 구입하기에 가격이 너무 높아 다운페이먼트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씨 부부는 “그나마 맞벌이에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월급을 받다 보니 상황이 더 이상 좋아지지가 않더라”라며 “아이를 가질 생각도 해보니 그냥 아등바등 한인타운에서 살기보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이주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인들도 캘리포니아 대도시 지역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견디지 못해 타주에서 자영업이나 개인 사업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반응이다.

최근 LA를 떠나 타주에서 음식점을 오픈한 정모씨도 “최저임금, 렌트비, 식재료 등 모든 것이 인상되다 보니 하루 11시간 이상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더라”며 “새롭게 오픈한 가게는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한만큼 남는 것이 있어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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