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 한반도의 운명

2018-03-08 (목) 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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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반도의 운명

이형국 정치 철학자

2014년 한·미·일은 ‘군사정보공유 약정’(MOU)을 체결했다. 이 약정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3국은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2016년 한국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일본과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통신·감청의 신호정보(SIGINT), 위성·항공사진의 영상정보(IMINT), 그리고 정보원·협력자의 인적정보 (HUMINT)등의 한·일 양국 간 2급 이하 군사비밀 정보를 양국이 서로 공유한다는 협정이다.

한국은 신호정보와 영상정보에서 세계 최고인 미국과 1급 비밀을 교환하고 있어 한국에게 일본의 군사정보가 절실한 것도 아닌데 한·일 군사정보 협정이 왜 또 필요할까? 이는 미국이 또 다른 무엇을 기획하고 있다는 말이다. 답은 명백하다. 한반도 전시에 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해 들어오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점령했을 경우에도 중국군 견제나 이른바 북한 안정화 작전을 위한 육상 자위대의 북한 진출은 지상군 투입을 최소화 하려는 미국에게는 더 없이 좋은 지원군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전략통들은 진즉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등 한·일 역사 갈등에 피로감을 나타내며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종용해 왔다. 하지만 한국이 국민감정과 역사문제로 4년을 미적거렸지만 미국의 강력한 압력으로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만큼 미국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말이다.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당연히 ‘군수지원 협정’ 이며 그 다음은 마지막 단계인 병력으로까지 확장시켜 궁극적으로 ‘한·일 상호방위 조약 체결’ 후 ‘한·미·일 군사동맹’인 아시아판 나토의 단계로 가는 것이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태어나고 성장해온 나라다. 1차 대전으로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 됐고, 2차 대전의 승리로 세계 최강의 패권국이 됐다. 수정주의 역사가 윌리엄 애플만 윌리엄스는 “미국은 영토와 시장을 끊임없이 갈망해 왔으며, 자유와 번영이라는 고상한 말들로 이러한 갈망을 정당화해 왔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다. 지난 70년 간 미국은 세계를 지배해 왔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며 여러가 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불행히도 이 동맹의 파장은 최악의 경우 한반도가 제3차 세계대전의 암흑 속으로 빠져드는 전초기지가 될 확률이 높다.

한국은 미국에 의해 일제로부터 해방됐고, 미국 덕분에 북한의 남침을 막았으며, 미국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한국인들이 미국에 비판적 인식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 주도의 IMF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처방을 내렸으며, 남·북 대화가 무르익던 1992년 가을 미국은 중단됐던 팀 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해 협상 진전을 가로 막았고,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이유로 북한 핵을 제거할 제네바 합의를 파탄 냈다. 국가란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나 국제관계를 갈등과 혼란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를 이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명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은 “서방이 세계를 정복한 것은 이념이나 가치, 종교의 우월함 때문이 아니라 군사력의 활용에서 우월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70년간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수많은 전쟁을 수행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군사적 행적에 대한 분석은 미래 한반도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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