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K-15 지참’ 수백여명 합동 결혼식 참석, “종교적 장비…신이 부여한 권리” 주장도
▶ 마을 사람들 공포… 언론 앞다퉈 보도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아들 문형진씨가 이끄는 펜실베니아주 뉴펀들랜드의 생추어리 교회 집회 참석자들이 AR-15 소총을 들고 예배를 보고 있다. [AP]

소총 탄환으로 만든 왕관 모양의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AP]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7남인 문형진씨가 이끌고 있는 종교 단체가 수백명 신도들의 합동결혼식 집회를 개최하면서 플로리다 고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사용됐던 반자동 소총 ‘AR-15‘ 지참을 요구해 파문이 인 가운데(본보 2월28일자 A1면 보도) 주최 측은 집회 당시 총을 가져오지 않은 참석자들에게 가족이 운영하는 총기 제조업체를 통해 총기를 판매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북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소도시 뉴펀들랜드 소재 월드 피스 앤 유니피케이션 생추어리(World Peace and Unification Sanctuary, 이하 생추어리 교회)가 지난달 28일 이같은 집회를 개최하면서 총기를 휴대하지 않은 참석자들에게 현지 총기 업체인 ‘카 암스’에서 AR-15 소총을 구입하도록 했다고 1일 펜실베니아주 현지 신문 인콰이어러 데일리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지역에서 총기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소유주가 바로 생추어리 교회 문형진씨의 형인 문국진씨라고 전했다.
이날 집회에는 멀리 한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 온 수백명이 참석했는데, 플로리다에서 온 데이빗 콘은 인콰이어러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AR-15 소총은 없어 이곳에 와서 689달러를 주고 한 자루를 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의 전체 참석자는 약 500명에 달했으며, 교회 측은 출입구에서 참석자들의 AR-15 소총에 잠금장치가 채워져 있고 미장전 상태인지를 확인했다.
교회 안에서는 왕관을 쓴 신도들이 AR-15 소총을 움켜쥔 채 결혼 서약을 주고받거나 와인을 마시기도 했는데, 이 교회의 팀 엘더 세계선교단 단장은 이번 행사가 전 세계에서 모인 커플들을 축복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AR-15 소총은 ‘종교적 장비’였다고 밝혔다.
이 교회는 AR-15 소총이 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쇠로 만든 막대’(rod of iron)를 상징한다고 믿고 행사에 참석할 커플들에게 해당 총기를 가져오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교회를 이끌고 있는 문형진씨는 ‘전능하신 신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통해 서로를 보호하고 인류의 번성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집단으로 총기를 소지한 이번 행사는 지역 주민의 불안을 야기하며 논란을 일으켰으며, 집회 당시 이 교회 바깥에서는 당일 경찰과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교회 신도를 향해 “이 행사가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와 관련해 교회 인근에 있는 월런포팩의 한 초등학교는 휴교 조치를 내리고 학생들을 다른 지역의 학교 캠퍼스로 보내 수업을 받게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