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끼리’ 의 자축파티, 그 대가는…

2018-02-2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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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의지. 이와 함께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올림피언들의 스토리 하나하나가 드라마다. 거기다가 88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 땅에서 열린 올린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성화가 꺼지면서 그 평창 겨울 올림픽도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되뇌어진다. 2018 평창 올림픽은 무엇으로 기억될까 하는 것이다.

체제선전에 혈안이 되다시피 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 그랬다. 그 체제들, 나치제국과 공산 소련제국은 그러나 10년이 못 가 붕괴됐다. ‘평화와 기쁨’이 모토였다. 그 1972년 뮌헨 올림픽은 그러나 ‘피의 올림픽’으로 기억된다.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검은 9월’단의 인질사태로 17명의 목숨이 희생되면서.


‘평화 올림픽’- 문재인 대통령의 염원이자 평창 올림픽에 그가 붙인 이름이다. 남북한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했다. 그 장면 자체가 평화를 상징한다. 그래서인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올해의 노벨상 후보감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면 평창 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으로 계속 기억될까.

“아이러니는 코카콜라, 삼성전자, 비자(Visa) 등 평창 올림픽 주 스폰서들이 광고전략에서 평화의 상징과 컨셉을 애써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컨버세이션지의 지적이다.

한반도기를 든 남북선수의 공동입장, 북한의 미녀 군단,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모습 등은 주요 광고에서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은 것이다. 왜. 한 마디로 세일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란 체제는 광고판매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북한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평화의 메시지는 아무래도 가짜로 보여서다.

‘평창 올림픽은 진정한 의미의 평화 올림픽이었나’- 올림픽이 끝나가면서 미 언론계 일각에서도 새삼 제기되고 있는 질문이다.

화장실에 갈 때에도 감시가 따라 붙는다. 선수는 물론 참관단도 마찬가지다. 그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을 통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우정을 나눈다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다. 그런 북한을 인류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 참가시켰다. 이것이 과연 평화 올림픽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올림피언이 된다는 것도 그렇다. “11살 때 선수로 뽑혔다. 잘 싸웠을 때는 잘 먹게 해준다. 그렇지 못했을 때는 굶긴다. 성적이 안 좋으면 대중 앞에서 자아비판을 해야 한다. 특히 한국, 일본, 미국 선수에게 졌을 때 그 수모는 더 심하다.”


북한 대표선수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모든 언행은 각본대로 해야 한다. 어길 때는 처벌이 따른다. 가족에게까지. 먹이로 동물 길들이듯이 훈련을 받고, 또 끊임없는 감시 가운데 혹사당하는 것이 북한 올림피언들의 실상이다. 그런 북한을 평화란 미명아래 참가시킴으로써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는 아주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평양 올림픽’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개막식은 북한의 소년독재자의 여동생 김여정의 독무대였다. 폐막식도 그렇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주범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의 무대가 됐다.

뭐랄까. 김여정과 김영철, 그러니까 펜스 미부통령의 말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폭압적인 정권의 중심기둥’인 그들을 보내 한국의 안보전선까지 흔들어 대는 총공세를 펴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남북대화는 필요하다.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염원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김정은의 여동생을 국빈 대접한 것도 모자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대상 1호 인물인 김영철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

남북대화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다. 일부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좌파일색의 문재인 청와대의 본색발로가 정답 같다. 80년대 운동권 정서의 영향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반(反)미에, 배타적 민족주의를 고집하면서 국제정치에 무지하다. 그 소산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렇다. 온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 걸렸다. 그 평창 올림픽을 ‘우리끼리’ 남북 자축파티, 다시 말하면 김정은 체제와 남한의 좌파정권만의 파티로 전락시켰다. 평화라는 미명아래. 그런 면에서 평창 올림픽은 ‘평창 쇼’가, ‘허구성의 놀이’(charade)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지적이다.

이제 한 ‘겨울의 놀이’는 끝났다. 눈앞에 전개되는 것은 엄혹한 현실이고, 몰려드는 것은 ‘우리끼리’ 자축파티에 대한 청구서다. 호혜세 부과, 철강 고관세 부과대상국 지정-한국경제에 대해 퍼부어지고 있는 워싱턴의 경제융단폭격이 그것이다.

안보영역에 다가올 태풍은 더 심각하다. 한-미 관계 균열조짐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미동맹에 빨간 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김영철 방남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해상봉쇄에 준하는 초강경 대북제재안을 발표한 것도 그렇다. 북한은 물론 엇나가기만 하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경고로도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해빙기는 잠깐이고 오는 4월은 한반도에 있어 아주 잔인한 4월이 될 수 있다.” 미 언론들의 경고다. 그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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