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블록체인, 도대체 누구냐 넌?

2018-02-21 (수) 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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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도대체 누구냐 넌?

이형국 정치 철학자

지난달 폐막한 제43회 ‘세계경제포럼’을 뒤흔든 화두는 지구촌 곳곳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였다. 전 세계 기업·금융·정치 분야 지도자 3,000여명은 암호 화폐에 대한 규제문제와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이며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인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가 포문을 열고,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이 논쟁에 합세하며 암호 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비해 정부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자체에 대해서는 일제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금은 데이터 홍수시대라 할 정도로 세상엔 정보가 넘친다. 이 넘치는 정보들을 분석하고 정리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가상 온라인과 현실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시대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도대체 넌 누구냐? 22세기에나 나올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이라는 옷을 입고 21세기에 나타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블록체인을 ‘신뢰 머신’(The trust machine) 이라고 표현했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 수단을 넘어서 전 세계 IT 산업과 경제, 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꿀 디지털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되어 보호되는 디지털 로그 파일이며 온라인 거래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컴퓨터 보완 시스템이다. 전 세계 인터넷 네트워크에 중앙관리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클라이언트나 서버란 개념 없이 상호 연결된 서비스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의 기기(nodes)들이 서로 자원을 공유하는 개인 간 전송(P2P) 방식으로 분산 저장되어 운영된다. 이러한 네트위크 시스템을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성과 공개성, 그리고 신뢰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입력 정보에 대한 오류나 변조가 불가능하고 해킹을 무용지물 시킬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회계·정보관리시스템 기술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간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거래가 이루어짐으로써 불공정 거래가 무수히 이루어져 왔다. 신뢰는 번영의 조건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95년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 된다”고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근본 취지인 탈중앙화와 분산화는 인간을 더 평등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지만 중앙권력의 공백을 틈타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춘추전국 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빅브라더처럼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한번 기록되면 그 특성상 영원히 삭제할 수 없어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오히려 인간을 24시간 감시체제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스위스, 에스토니아처럼 블록체인을 적극 받아들이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중국·러시아처럼 문을 걸고 닫는 국가도 있다. 미국에서도 블록체인 기록물 저장소를 운영하는 델라웨어와 블록체인 거래 면세혜택을 주는 네바다처럼 적극적인 주가 있는 반면 다른 지역들은 머뭇거리고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눈여겨보며 그들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가 기대되는가? 혹은 두려운가? 언제나 그러했듯 변화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만약 두려움이 더 크다면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이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테크놀로지는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선하고 똑똑하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기술을 아름답게 쓸 것이다.”

<이형국 정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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