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멸종위기 언어, 불씨 살려내는 손길들

2018-02-17 (토) 12:00:00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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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43% 소멸 위기…50명도 사용않는 언어 383개”

▶ ‘초콜릿’‘아보카도’알린 나와틀어 등 보전운동 확산

멸종위기 언어, 불씨 살려내는 손길들
인류에게 ‘아보카도’, ‘초콜릿’, ‘토마토’라는 말을 전해준 언어가 위기에 빠졌다. 중미에서 고소하고 달콤한 열매를 키워 전 세계로 전파해준 고대 아즈텍 멕시코 원주민들의 나와틀어가 30~40년안에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뉴욕 퀸즈에서는 나와틀어를 지키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뉴욕 지역 라디오방송인 WNYC가 ‘나와틀어’ 수호 운동에 나선 이르윈 산체스의 사연을 전했다.

아직은 나와틀어를 150만 명이 사용하고 있지만,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언어학자들의 경고도 소개했다.


산체스의 제1언어는 나와틀어지만 커서는 스페인어를 써왔고 미국에 온 뒤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전 할아버지 죽음은 다른 생각을 심어줬다. 산체스는 “과거를 모르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 마카오에서도 같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마카오의 박사과정 대학원생 엘리자벨라 라레아는 “파투아어를 되살려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마카오 문화와 정신을 대변하는 우리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어와 광둥어, 말레이어가 뒤섞인 마카오 원주민 언어 파투아어를 소개하는 블로그의 운영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파투아어는 2000년 기준 사용 인구가 50명에 불과하며 2009년에는 유네스코가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세계 6,000여개 언어 중 최소 43%가 사라질 위기다. 그 중에서도 2,000개에 가까운 언어는 언어 구사자가 1만명도 되지 않는다. 사용인구가 50명에 불과한 언어도 383개나 된다.

이에 따라 산체스, 라레아처럼 언어를 지키려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뉴욕타임스가 페루 지역 원주민 언어 타우시로어를 유일하게 구사할 수 있는 아마데오 가르시아 가르시아의 일생을 소개했다. 그의 조상들은 19세기 아마존 밀림에 들이닥친 백인들을 피해 숲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맹수의 위협과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으로 대부분이 사망했다. 수천 명이 사용했던 타우시로어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다.

1970년대 가르시아는 선교사를 만나 세상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타우시로어를 보존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1,500개의 타우시로어 단어를 축적했고, 타우시로어를 사용한 노래와 이야기들을 만들어 기록화했다.

스워스모어 칼리지 언어학 교수인 데이비드 해리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어를 잃으면 고대 지식을 잃게 된다”며 언어 다양성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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