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켈레톤 은·동메달리스트 윤성빈 극찬
▶ 윤성빈, 4위 그친 우상 두쿠르스 예우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이 16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2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니키타 트레구보프, 왼쪽은 3위 영국 돔 파슨스.[연합]
남자 스켈레톤의 새 황제로 등극한 윤성빈(24·강원도청)이 외국 경쟁 선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16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벌어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4차 시기 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니키타 트레구보프는 "윤성빈은 단점이 없는 선수"라고 평했다.
15일부터 이날까지 벌어진 1∼4차 시기 합산 결과 윤성빈은 3분20초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트레구보프가 3분22초18로 은메달, 돔 파슨스(영국)가 3분22초20으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윤성빈과 2위 트레구보프는 1초63 차이였다. 트레구보프보다 1초63 정도 늦은 선수를 찾으려면 7위 악셀 융크(독일·3분23초60) 또는 8위 크리스토퍼 그로터(독일·3분24초05)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날 윤성빈이 트레구보프와 벌린 1초63의 격차는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가장 큰 것이다.
스켈레톤은 출발지, 중간 4개 지점, 결승점 등 총 6개 지점의 통과 시간을 매 시기 기록하는데 윤성빈의 1∼4차 시기 각 6개 지점 순위에는 오직 숫자 '1'만 있었다. 매번 모든 지점을 가장 빨리 통과했다는 얘기다.
트레구보프는 "윤성빈은 매우 강한 선수"라며 "훌륭한 기술과 놀라운 스타트 능력을 갖췄고 차분하다. 그는 정말 이상적인 스켈레톤 선수"라고 극찬했다.
동메달리스트 파슨스는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기자로부터 "윤성빈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면서 나머지 선수들은 은메달을 놓고 겨루는 형국이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파슨스는 "윤성빈이 정말 압도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 "굉장히 좋은 경기를 보여줬고 아주 놀라운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윤성빈과 파슨스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윤성빈의 영국인 코치 리처드 브롬리는 파슨의 코치 크리스 브롬리와 형제 사이다.
파슨스는 "윤성빈의 코치가 당신의 코치와 형제 관계인데, 그가 영국을 돕지 않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한 외신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그 사람도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웃으며 "두 코치 모두 장비를 굉장히 잘 다루는 대가들이다. 특히 윤성빈이 금메달을 딴 것도 매우 좋다"고 윤성빈을 축하했다.
그동안 세계 스켈레톤계에서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의 장기 독재가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10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철옹성 같던 두쿠르스 제국에 균열을 일으킨 선수가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7차례 월드컵에서 무려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두쿠르스 시대 종말을 예고했다.
이어 대망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며 새로운 황제 탄생을 알렸다. 한 시대를 풍미한 두쿠르스는 기량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 4위에 머물렀다.
윤성빈은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한 이래 변함없이 두쿠르스를 '우상'으로 꼽았다.
윤성빈은 과거 인터뷰에서 두쿠르스가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어떻게 두쿠르스를 감히 우사이 볼트와 비교하느냐. 두쿠르스가 훨씬 위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다.
어느덧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윤성빈은 "그 선수는 아직도 나한테는 우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선수가 설령 은퇴한다고 내가 잊을 것도 아니다. 스켈레톤계에 영원히 남게 될 선수"라며 "아직도 나한테는 우상이다. (올림픽에서 이겼다고) 내가 그 선수를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예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