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대의 성폭력범과 방조자들

2018-02-16 (금) 남선우 변호사
작게 크게
미국 체조연맹의 의사였던 래리 나사르는 정말 악마다 싶을 정도로 흉악한 인간이다. 미시간주립대학(MSU)과 체조연맹의 의사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20년 넘게 260명 이상의 어린 소녀들을 무수히 성폭행을 해온 죄로 그는 최고 175년의 형기를 선고 받았다.

로즈매리 아퀼라나 미시간 순회법원 판사는 그에게 성폭행을 당한 모든 피해 여성들에게 발언권을 주어 그의 흉악한 범죄가 자기들에게 끼친 악영향에 대해 설명하게 했다. 상당수는 자살을 생각해보았을 정도로 그 범죄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금메달 등을 수상한 올림픽 체조선수들도 다수 포함된 피해자들의 진술은 끔찍한 내용들이다. 평행봉, 철봉 등의 갖가지 체조기구들로 연습하다가 부상을 당해 오는 어린 선수들의 아픈 곳을 주물러 통증을 완화해준다고 하면서 그들의 치부에 손을 넣어 폭행하기를 일삼아왔다니 정말 인간말종이란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의사인데다가 대학교수, 그에 더해 올림픽팀의 의사라는 이력 때문에 어린 학생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그에게 맡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 주변사람들이 그 자의 흉물스러운 소행을 알았거나 짐작하면서도 수수방관하여 그의 범죄행각이 몇 십 년 계속된 것이라니까 안타깝기 짝이 없다. 심지어는 피해자의 부모가 자기 딸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나사르가 오랫동안 어린 소녀들에게 흉물스러운 짓을 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진작 그의 소행에 대해 알았으면서도 무슨 연유 때문인지 손을 쓰지 않은 MSU 체육관계자들과 미국 체조연맹 당국자들의 무관심이 있었다. 이들은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MSU 총장은 사직했으며 미시간 주검찰은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MSU의 체조코치에게 어떤 여성이 나사르의 추행에 대한 보고를 한 것이 1997년이었고 다른 체육 교육자들에게도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그는 2016년에 가서야 체포됐다. MSU에서 진작 조사에 착수했다면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참 안타깝다. 세 딸이 피해를 당한 어떤 아버지는 법정에서 증언하던 중 “일분 간 저 악마와의 시간을 달라”면서 피고석에 달려가 그를 공격하려다가 저지당하기도 했다.

나사르가 2016년 법망에 걸린 원인으로는 쓰레기통에 버린 아동음란물이 있었다. 성범죄자들의 행각에는 적극적인 또는 간접적 방조자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몇 년 전 펜스테이트 대학의 미식축구 부코치가 어린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오랫동안 상습적으로 해왔던 것이 양심적인 직원에 의해 폭로되고 그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케이스에서도 유명 코치와 대학 고위층들이 알면서도 이를 묵과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얼마 전 사망한 보스턴 가톨릭 교구의 주교는 자기 휘하의 신부가 어린 남아들에게 성폭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신부를 다른 교회에 배속하는 것으로 처리하려 했다. 그 결과 그의 범죄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던 것이 보스턴 글로브지의 탐사 보도로 폭로돼 결국 주교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사르의 흉악한 행각을 맹비난한 어떤 컬럼니스트는 또한 어린 자녀들을 체조나 아이스스케이팅 등 특기로 입신양명 시키려는 부모들의 욕망이 그들의 눈을 어둡게 하여 비극을 자초하는 일이 없는가를 살펴보도록 촉구한다. 그러면서 중세기에 소년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자라서도 변하지 않도록 거세시키는데 앞장섰던 부모들도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나사르 사건의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아동들에 대한 성범죄는 주로 면식범들의 소행이기 때문에 학교 선생, 가족 주치의, 심지어는 친척이나 친구라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셋째는 아이들에게 남이 만져서는 안 되는 신체부위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이것은 우리끼리의 비밀이니까 아빠나 엄마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못된 어른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 외설물을 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말로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남선우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