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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은 정치다

2018-02-14 (수)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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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에 대한 이민개혁안을 지난 번 연두교서 연설에서 재확인했다. 기존 DACA 수혜자 69만 명과 미신청 자격자들을 포함한 180만 명에게 10~12년 후에 시민권까지 부여할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드리머 구제를 조건으로 이민 축소와 멕시코 장벽 예산도 제시함에 따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의 DACA 구제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지난 2013년 상원에서 통과되었으나, 하원에서 무산되었던 ‘포괄 이민개혁안(Comprehensive Immigration Bill)’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포괄 이민개혁안의 내용은 불법체류자에게 ‘등록된 조건부 이민자 신분(Registered Provisional Immigrant)’을 부여하고 10년 뒤에 정식 영주권을 발급해 주며, 3년 뒤에는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이었다. 이번 DACA 수혜자도 10~12년 후에 시민권을 준다고 하는 것을 보면 포괄 이민개혁안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강경 보수측에서는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을 허용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합법화(Legalization)는 인정하되, 일반사면(Amnesty)이나 시민권 획득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포괄 이민개혁안에서 불법체류자 구조 조건으로 1,000달러 벌금 및 세금의 납부를 제시했던 것처럼, 이러한 조건을 전제로 합법적 신분을 인정해 준 뒤, 이를 바탕으로 영주권과 시민권을 허락해 주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트럼프의 제안대로라면 합법이민이 40%나 줄어들게 된다. 특히 가족이민의 초청 대상이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배우자 및 21세 미만 미혼 자녀만으로 제한된다. 제안대로 한다면, 시민권자의 부모, 21세 이상 미혼 자녀, 기혼 자녀 및 시민권자의 형제자매나 영주권자의 21세 이상 미혼 자녀 초청이 폐지되게 된다. 결국 트럼프의 의도는 가족이민으로 인한 연쇄 이민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민권자의 형제자매 초청제도는 유럽계 아이리시들의 가족 상봉을 돕기 위해 1965년 이민법에 의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백인보다는 아시아계 시민권자들의 형제자매 초청으로 인한 연쇄이민이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했다.

미 의회는 이러한 연쇄이민을 막고자 1984년과 1990년에 시민권자의 형제자매 초청을 폐지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가족 상봉을 막는 비인도적 처사라는 아시아계의 강한 반발로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1990년에는 시민권자의 형제자매 초청을 유지하는 대신 ‘추첨이민’ 제도를 창설하여 백인계 아이리시를 위한 또 다른 이민 창구를 열어놓게 되었다.

그러나 추첨이민 또한 유럽계 백인이 신청하기 보다는 오히려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이 70% 이상 신청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를 범죄자와 테러범으로 몰아가면서 백인이 사용하지 않는 추첨이민 제도까지도 이번에 폐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DACA 개혁안에는 찬성하나, 이민 축소안에는 반대한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고, 이민은 미국 경제의 바탕이다. 백인 위주의 차별적 이민정책을 내려놓고, 다양한 민족에게 모두 우호적인 이민정책을 바탕으로 미국을 미국답게 유지하여야 한다. 앞으로 민주와 공화 양당의 타협안을 통해 이민문제가 정치논리보다는 경제논리로 풀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라건대, DACA 구제안 통과 후 그 여세를 몰아 이번 중간선거나 2020년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일반 불법체류자들까지도 구제하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이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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