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피작전’을 넘어 ‘레짐 체인지’로…

2018-02-0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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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에서, 일본에서, 또 심지어 저 멀리 영국에서 보내지는 시그널들까지 모두 한 데로 모아지고 있다. 그것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더 타임스의 앤드류 새먼의 지적이다.

‘코피(Bloody Nose)작전’이라고 했나. 김정은의 콧대를 꺾기 위해 특정시설을 타깃으로 제한된 공격을 가하는 군사옵션 말이다. 이 작전을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미 수 주가 지났다. 전쟁이야기로 파다한 것이 현재의 워싱턴 분위기인 것이다.

“…그래봐야 워싱턴의 ‘블러프’(bluff)일 거야.” 미국의 군사행동을 먼 나라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할까. 그게 서울의 분위기였다.


미군 고위당국자들의 서울나들이가 부쩍 잦아졌다. 그러면서 나돈 말은 한국 거주 미국시민 철수 없이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뒤늦게 트럼프행정부는 한국임무 미군장병의 가족대동을 금지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거기다가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가 낙마했다. ‘코피작전’에 이견을 낸 게 그 이유로 알려지면서 몹시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이 서울의 분위기라는 얘기다. 빅터 차 낙마는 트럼프 행정부가 진짜로 군사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들려서다.

일본은 있을 수도 있는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비해 진작 미사일방어망 강화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각 도시들은 대대적인 대피훈련 홍보에 들어갔다.

“일단의 영국군 장교들이 조용히 한국을 방문했다.” 1월21일자 런던타임스 보도다. 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8,000여 영국 국민 철수 계획마련을 위해서라는 거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한반도에서 사태발생시 영국이 맡은 모종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새먼이 특히 주목한 것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밀접한 맹방인 영국과 일본이 모종의 사태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행동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의미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곱씹어 보면 볼수록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틀랜틱지의 피터 비나트의 지적이다.

트럼프는 국정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 문장을 통해 한 번 정도 언급했다. 이스라엘 발언에는 23개, 아프가니스탄에는 34개, 이란에는 48개의 단어를 사용했다. 자신의 외교 업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회교공화국(IS)에 대해서는 302개의 단어를 사용한 데 비해 북한에 대해서는 무려 475개의 단어를 사용했다.


반면 평창올림픽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안했다. ‘외교’란 말도 사용하지 않았다. ‘제재(sanction)’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또 ‘중국의 협조’를 기대한다는 말도 없었다. 단지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력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 ‘워딩’을 분석하면서 군사행동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트럼프의 국정연설에서 정작 주목해해야 할 부문은 수령유일주의 북한체제에 대한 아주 강력한 도덕적 질타를 한 것이 아닐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해리 카지아니스의 지적이다.

“트럼프가 국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것은 단 하나다. 해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IS도, 이란도, 러시아도 아닌 북한이다.” 계속되는 설명이다.

‘단지 코피작전’을 통해 김정은의 콧대를 깎고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거다.

트럼프는 북한에 억류된 뒤 송환 후 숨진 오토 웜비어군 가족과 탈북자 지성호씨를 7분이나 할애해 소개하면서 북한을 ‘타락한(depraved)’ ‘불길한(ominous)’체제라고 규정 했다.

다른 의미에서가 아니다. 더 이상 북한과 협상이나 외교의 여지는 없다는 것이 그 하나다. 군사옵션 실행에 대비한 명분축적이 그 두 번째다. 그리고 과거 코소보사태 경우처럼 최악의 인권탄압국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의 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 그 세 번째다.

그러니까 김정은 체제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전복)를 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경제, 외교, 군사에다가 인권 카드까지 동원해 전 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과시한 것.

수령유일주의 북한체제는 ‘날조된 김일성 신화’를 그 통치기반으로 하고 있다. 양처럼 착한 조선민족을 백두혈통인 김일성일가가 보호해왔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 김정은 체제는 인민의 경제적 번영과 개방사회로의 발전은 결코 원치 않는다. 수령 유일주의가 거짓임이 바로 탄로 나기 때문이다. 바로 그 김정은 체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인권카드는 북한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압박용이기도 하다.” 한국문제 전문가 고든 챙의 지적이다. 평화올림픽에 ‘올인’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그 문재인 정부에 경고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지적이 그렇다. ‘김정은이 한 마디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을 한다. 아주 예쁜 목소리로. 그 한국의 좌파와 좌파정권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질타’로도 들리기도 한다. 하기는 평소 인권, 인권 외치다가도 북한인권문제만 나왔다하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게 ‘진보’를 자처하는 그들이니까… .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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