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이민 115주년 기념식 준비로 분주하던 지난 13일은 남북관계의 긴장상태가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의 크기를 확인하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그 어느때 보다 화창한 하늘, 평화롭기만 하던 지난 13일 아침 하와이주 전체가 주민 및 관광객들의 휴대폰으로 발송된 ‘탄도미사일 경보 메시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13일 오전 8시경 하와이 주민들은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각 대피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비상경보 메시지가 휴대폰에 울리며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잘못된 경보음이 울리기까지 30여분간 하와이 주민들의 삶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갈리는 듯 했다.
특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를 하던 주민들은 직원들의 대피명령에 허겁지겁 소지품을 챙겨 주차장을 빠져 나갔는가 하면 와이키키 호텔 가 투숙객들의 공포는 더욱 더 했다.

비상경보 문자를 발신한 하와이 주 비상관리국(HEMA)이 오전 8시45분께 잘못된 경보였음을 알리기까지 38분간 사람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한인들은 주 호놀룰루 총영사관에서 발 빠르게 전한 오작동 알람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본보 생방송을 통해 오작동 경보 정보를 접했지만 정작 오작동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한인들도 많았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김지준 부총영사는 “애초 미사일 알람을 접하고 비상관리국에 직접 확인을 한 후 문자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덕분에 주정부 공식 발표보다 5분 이상 빨리 오작동 경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니오픈 출전 선수들도 골프를 치다가 대피 소동을 피할 수 없었다.
CNN 방송은 ‘천국에서 패닉으로’라는 제목으로 놀라 대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은 “눈물과 패닉이 하와이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하와이 주의 툴시 가버드 연방하원의원은 “이번 미사일 오경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실수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잘못된 탄도미사일 발사 경보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들을 한 때나마 공포 속으로 몰아 넣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으로 하와이의 비상경보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데이빗 이게 주지사는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재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게 주지사는 그 동안 리더쉽 부족에 대한 지적과 인기 없는 주지사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사태가 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날 오경보 사태만해도 해프닝이 일어나고 5시간이 지나서야 기자회견을 가진 이게 주지사의 행보에 의문을 표시하며 기자회견 내내 단호한 리더의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담당자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그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믿음직한 지도자로 비춰지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콜린 하나부사 연방하원의원이라는 강력한 도전자와 8월 예비선거에서 맞붙어야 하는 주지사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어야 한다는 것. 이번 일에 이게 주지사가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결국 주 정부 수장으로서 책임추궁을 면하기 어렵고공무원 기강이 얼마나 해이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느냐며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이 하와이로 쏠리면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올해 8월 예비선거에서 주지사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콜린 하나부사 후보는 경보가 발령될 당시 자신의 남편은 고속도로에 있었고 경보를 확인한 운전자들이 갑자기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한 순간의 실수로 자칫 크나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녀는 또한 당국이 오경보를 해제하기까지 무려 38분이라는 시간이 걸린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로 관광천국이라는 하와이의 이미지에도 크나큰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기 조사를 담당한 연방 통신위원회는 하와이의 경보시스템에 적절한 안전장치나 예방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보고해 앞으로 연방과 주 의회 차원에서 심도 있는 조사와 청문회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 비상관리당국은 바닥에 떨어진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분노한 주민들이 담당자들에게 살해협박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