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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해야 한다

2018-01-12 (금) 김종하 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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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회관 건물이 정식 개관한 것은 1975년 11월이었다. LA에 올림픽 블러버드를 중심으로 코리아타운이 본격 형성되기 시작하던 70년대 초 한인사회의 구심점을 마련하려던 이민 1세대들의 노력은 한인들의 정성어린 성금과 한국 정부의 지원금이 합쳐진 30만 달러로 웨스턴과 올림픽의 현 LA 한인회관 빌딩 매입이 이뤄졌다고 역사에 쓰여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도 한인회관 구입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한인사회가 이번 주 한국 정부로부터 29만 달러의 지원금을 전달받아 자체 건물 마련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가주의 ‘한인회관’들은 이처럼 한인들이 스스로 뜻과 힘을 모으고 여기에 모국의 지원을 보탬으로써 한인사회 전체의 것이라는 ‘공공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첫 개관 후 42년여가 지난 LA 한인회관은 현재까지 커뮤니티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지만, 초창기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갖가지 ‘우여곡절’로 표현되는 사연과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당시에도 건물 매입을 추진했던 인사들 간 자격 시비 등의 소송 사태 끝에 가까스로 개관했다고 하니, 온갖 분란이 존재하는 모습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사이에 두고도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이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같은 한인회관의 건물관리 주체인 한미동포재단이 수년간의 운영 난맥상 및 소송전 끝에 법정관리에 놓인 작금의 현실은 재단의 이사회가 제대로 된 ‘공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표류해 온 상황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운영권을 박탈당하고 주정부의 조사까지 받으면서 결국 분쟁을 이어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지자 양측이 서로 소송 취하 합의에 이르러 이제 재단 정상화를 위한 궤도 전환이 이뤄지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제기된 LA 한인회의 한인회관 렌트비 이슈도 근본적으로는 한미동포재단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일환으로 불거진 것이다.

애당초 LA 한인회관은 그곳에 한인회를 두기 위해 마련되고, 커뮤니티 자산이라는 중요성이 부여된 곳이다. 이같은 한인회관 건물이 일부 인사들의 전횡이나 한인회 관련 소송 등의 결과로 잘못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물 소유권을 한인회에 두지 않고 독립적 관리 주체를 별도로 출범시킨 게 한미동포재단이었다.

당초 취지대로 재단 이사회가 공적 자산의 관리·유지를 투명하게 하는 기능을 제대로 해왔다면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지 않았겠지만, 한인회관의 수익을 이른바 ‘눈 먼 돈’으로 여기고 그 집행권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사심을 갖고 달려드는 인사들 때문에 재단 운영을 둘러싼 분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그 과정에서 재단 측과 한인회 측이 감정싸움을 벌이거나 충돌 직전까지 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고, 이후 최근까지 5~6년 간은 재단 이사장을 둘러싼 각종 재정 의혹과 운영 난맥상이 제기되다가 결국 이사장 감투싸움과 소송전까지 벌어지면서 최근의 파국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한미동포재단의 향후 새로운 이사회 구성과 정관 마련 등이 비영리단체 비리를 조사하는 주 검찰의 주도 하에 이뤄진다고 하니 이를 통해 앞으로 재단이 제대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전기가 된다면 그간 한인회관이 치렀던 홍역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를 교훈삼아 차제에 한인사회의 모든 ‘비영리’ 단체들이 그 말뜻에 걸맞게 재정과 운영 상태가 투명하게 드러나 음습한 곰팡이나 썩는 환부가 나타날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비영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인사회에서 기부금이나 성금을 걷는 단체나 기관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공익 목적이라는 이유로 세금 면제 등 혜택을 받는 단체들의 경우 매년 세금보고 현황을 퍼블릭 레코드로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서류 뒤에 숨은 부정 비리는 없는지, 남들이 맡긴 돈을 허투루 쓰거나 불필요한 운영비용으로 탕진하지는 않았는지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단체들은 1년에 한 번씩 기부 내역을 비롯한 재정 현황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도록 하는 노력도 필수다.

<김종하 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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