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월에’

2018-01-11 (목) Ted Ko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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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김경애,‘Garden #1’

얼어붙은 밤의 벌집에
불이 켜진다, 혹은, 마치 그런 것만 같다;
베트남 카페, 기름기 묻은 빛,
냄새들, 그 온갖 색깔의 형체들은 꽃 같다.
웃음소리, 이야기소리,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
유리창 밖, 겨울의 도시는
오래된 나무다리처럼 삐걱거린다
거대한 바람이 우리 모두의 내부로 몰려든다.
창문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이 흔들리면서

Ted Kooser ‘1월에’
임혜신 옮김

추운 겨울, 조그만 베트남 식당에 오렌지빛 불이 켜진다.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거리는 낡은 나무다리처럼 삐걱거리지만 내부는 따스하다. 식당 특유의 기름과 향료의 냄새를 시인은 여러 가지 빛깔의 꽃 같다고 한다. 그의 온화한 시선이 시를 만들고 훈훈한 겨울을 만든다. 커다란 창에 바람은 윙윙거리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람이 소란할수록 이야기는 더욱 훈훈하게 달아오른다. 저 벌판 어디쯤 얼어붙은 꿀벌들의 집에도 훈훈하게 온기가 켜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따스한 겨울의 마음이다. 임혜신<시인>

<Ted Ko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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