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죄책감이라고 다 나쁘지는 않다

2017-12-14 (목) 준 최 객원기자 / 한국일보-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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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복잡한 인간의 감정 요인중 하나다. 특히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그렇다. 부모도 죄책감을 느끼고 자녀도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때로는 부모가 자녀를 죄책감에 빠지게하고 그결과 부모가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죄책감이라고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에따르면 건강한 죄책감은 아동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토론토 대학 티나 말티 심리학과 교수는 아동들이 느끼는 죄책감은 남의 감정을 느끼려는 ‘공감’(Empathy)과 유사한 감정 상태라고 정의한다.

말티 교수는 “‘도덕적 죄책감’(Moral Guilt)은 건전한 감정 상태로 아동들의 공격적인 성향과 반사회적 행동을 자제하도록 돕기때문에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죄책감을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다른 아이를 울렸을 때 공감적인 행동을 보이는데 우는 아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생겼기때문이다. 또 죄책감이 있어야 다른 아이를 울린 행동이 옳고 그른 행동 기준에 위반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아동들의 죄책감은 주로 6세가 지나야 길러진다. 6세 미만의 유아가 장난감을 망가뜨렸을 때 보이는 흔한 반응은 울음이다. 그러나 유아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를 죄책감으로 단정하기 힘들다. 6세 미만 유아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충분히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았기때문이다. 적어도 6세가 지나야 장난감을 망가뜨린 행동이 ‘위반’으로 판단해 이에대한 반응으로 죄책감에의한 행동이 나타난다. 건전한 죄책감이 형성된 아동들이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행동인 친사회적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이전 세대에서는 죄책감보다는 수치심을 통한 가정 교육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자녀가 잘못하면 ‘창피하지도 않니’라는 식으로 수치심을 심어 주려는 부모가 많았다. 그러나 죄책감와 수치심은 서로 다른 감정으로 자녀 교육시 주의해서 구분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죄책감은 내부 감정이지만 수치심은 외부 감정이라는 것이다. 죄책감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때 발생하는 감정인 반면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해 발생되는 감정이다.

죄책감은 아동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동이 오히려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벗어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거짓말을 자주 하거나 죄책감이 없는 아동은 흔히 공감 능력 부족도 겪게 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다른 친구에게 잘못을 하고도 친구의 슬픔을 무시하는 행동이 나타난다. 친구를 때려서 장남감을 뺏은 뒤 우는 친구에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어느정도의 죄책감은 아동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자녀들이 과도한 죄책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죄책감이 지나치면 자신을 학대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일에도 쉽게 죄책감을 갖게 된다. 부부싸움을 자주하는 부모나 이혼 과정을 진행중인 부모를 둔 자녀들이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성격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일에 까지 죄책감을 느끼는 아동은 커서 불안 장애, 주의 산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불안 장애를 겪는 아동이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과도한 죄책감이 나타난다.

건전한 죄책감을 길러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건전한 죄책감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자녀의 성격보다는 특정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선택한 결정이나 행동으로 인한 결과가 잘못됐음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자녀의 죄책감을 유도해야 한다. 자녀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 / 한국일보-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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