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동시 4개 산불, 현재 12만 에이커 태워
▶ 올해 기록적 폭염이, 초대형 산불 주원인

이번 남가주의 동시다발 대형 산불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벤추라 카운티의 토마스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101번 프리웨이를 따라 번지고 있는 화염이 주변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다. [AP]

토마스 산불로 살고 있던 주택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이 폐허 속에서 딸을 안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LA타임스]
남가주에서 잇달아 발화한 ‘토마스’ ‘크릭’ ‘스커볼’ ‘라이’ 등 4개의 대형 산불이 7일까지 총 12만 에이커 이상을 태우고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샌타애나 강풍의 향배가 향후 진화 작업 진척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기존 산불은 물론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뮤리에타 지역과 샌디에고 지역에서도 추가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소방 당국은 8일과 9일 샌타애나 강풍의 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기상 당국의 전망에 기대를 걸며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 규모
7일 샌디에코 카운티에서 발생한 ‘라일락’ 화재는 샌디에고에서 북쪽으로 45마일 가량 떨어져 있는 본살(Bonsall) 지역에서 발화한 뒤 오후 4시 현재 2,500에이커를 전소시켰고 진화율은 0%에 그치고 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뮤리에타 지역에서 발생한 ‘리버티 산불’역시 강풍을 타고 급속히 번져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인근 학교들도 휴교했다.
7일 오후 현재 대형 산불들의 피해 현황은 벤추라 카운티의 토마스 산불이 총 9만6,000에이커를 태운 가운데 진화율은 5%에 머물러 있고, 실마의 크릭 산불도 소실 면적이 총 1만2,000에이커로 늘어나고 진화율은 10% 상태다.
또 벨에어 지역의 스커볼 산불의 경우 500여 에이커를 태우고 약 20%가 진화된 가운데 소방관들이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밖에 발렌시아의 라이 산불은 총 7,000에이커가 소실된 가운데 진화율 15%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LA 교육구의 경우 샌퍼난도 밸리와 웨스트 LA를 포함한 산불 피해 및 영향 지역 내 총 322개 학교에 8일까지 휴교령을 내렸으며, UCLA와 샌타모니카 칼리지도 7일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산불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피령도 곳곳에서 여전히 발령돼 있다. 랠프 테러저스 LA시 소방국장은 “산불 영향권의 주민들은 모든 대피령에 즉각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산불 빈발 왜
기상학자들은 캘리포니아주가 올해 유독 큰 산불로 신음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매체들은 이번 산불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올여름과 가을의 기록적인 폭염 등 온난화 현상을 공통적인 주범으로 지목했다.
산불을 번지게 하는 외형적 요인은 이른바 ‘샌타애나’라고 불리는 강풍이다. 샌타애나는 모하비 사막과 서부 내륙 그레잇 베이슨(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 형태의 바람으로 바뀌어 태평양 해안가를 향해 몰아치는 기상현상을 말한다.
이번 산불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벤추라 지역 토마스 산불은 초당 1,200평을 태우는 속도로 번졌는데, 이같은 상황을 가져온 샌타애나 강풍은 카테고리 1등급 수준의 허리케인과 맞먹는 규모다.
이처럼 강력한 샌타애나 열풍이 부는 원인에 대해 UCLA의 기상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공영라디오 NPR에 “올해 가장 더운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뜨겁게 데워진 태평양 해수 온도가 강한 고기압을 형성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스웨인은 “점점 덥고 건조한 날씨가 거듭되면서 대지의 수풀과 덤불 등이 마를 대로 바짝 마르면서 강력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11월에도 계속된 더위가 이례적으로 12월의 대형 산불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불이 나는 직접적 이유는 끊어진 전선에서 튄 스파크나 담배꽁초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산불의 확산 추세를 보면 온난화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LA 지역에 9월 이후 고작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우량을 기록할 정도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기름을 부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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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