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공화 감세안 통과

2017-12-07 (목)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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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의 경제적 부담은 누가 하는가

미 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공화 감세안 통과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지난 토요일에 연방상원에서 공화당의 획기적 감세안이 통과되었다. 하원에서 통과한 안과의 절충을 필요로 하기는 하나 예상보다 쉽게 감세안이 양원을 통과하는 걸 보면서 주말에 필자는 이런 기분이 들었다. “역시 게는 가재편이구나.” “너희들 당선시켜 주었더니 오바마케어 폐지도 못시키고, 감세안 통과까지 안 시키면 공화당 헌금 이제 없을 줄 알아” 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극보수 부유층 로비의 압력에 중도성향의 상원의원들도 몸을 굽히는걸 보는 마음은 좀 착잡했다.

이 새로운 법안이 확정되면 미국경제에 실제 뚜렷이 어떤 영향이 오는가. 그걸 생각하면 미래의 사회를 걱정하는 이들은 마음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조금 조금씩 밀려올 경제적 영향과 감세가 가져올 긍정적 영향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세안의 결정적 평가는 간단히 이해를 할 수 있다. 미 연방국고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수조달러에 달하는 돈이 최고 부유층의 은행계좌로 옮겨가는 것 빼고 나머지 영향들은 미미하다. 중산층 감세? 그건 몽매한 유권자들 속임수이지 실제 감세효과는 중산층에게는 떡고물 수준이거나 떡 부스러기 밖에 안 된다. 그리고 그마저 몇 년 뒤에는 경과규정으로 없어진다. 영원해지는 것은 기업법인세 감소밖에 없다.


부자들이 돈을 벌어야 사회의 경제적 피라밋 밑에 있는 보통사람들에게도 “넘치는 물이 흘러내리듯 도움이 된다” 는 이론은 이제 너무나 심화되는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걸로 판결이 난지 오래 되었다. 이번 공화당 감세안은, 양원절충 과정을 거친 법안에 대통령 결재가 끝나면 앞으로 10년 동안 1.5조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연방예산적자를 가져오게 된다. 문제는 이 예산적자가 가져올 심각한 문제의 부담이 전부 미래의 젊은 세대가 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칼럼의 제목이 지적하듯 이번 감세안은 미국사회의 인구와 사회적 구성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세월에 밀려서 떠나갈 베이비붐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에 올 미래 세대에게 속된 말로 엄청난 “엿 먹어라”는 분탕질을 한 것이다. 대학교육을 못 받은 늙은 백인들이 주축인 현 시대의 최대 유권자그룹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인데, 이 다음 대선 때부터는 백인 비율이 점점 줄어들어 2024 선거부터는 다양한 민족이 50%가 되는 젊은 유권자들의 숫자가 과반수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 감세가 실현되면 천문학적 숫자로 늘어날 연방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엄청난데, 그 부담은 전부 미래의 세대 몫이 된다. 그런데 이번 감세안엔 미래 세대가 경제적 향상을 하려면 필요한 교육과 과학연구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다.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에 속한 연령그룹에서 가진 가계의 재산은 35세 밑의 젊은 세대의 재산보다 개인별로 15배 정도 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이번 감세안은 소셜시큐리티도 메디케어도 여유 있게 즐기는 더 부유한 늙어가는 이들이 연방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연방적자 부담만 져야할 젊은 세대에게 “한방” 더 날린 셈이다.

이 사회적 변화가 가져올 영향이 인종별로 연령별로 참으로 묘하게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의 정부 혜택 중 가장 큰 몫은 백인이 대다수인 부유한 노인들이 받고, 그 부담은 다양한 인종들이 주축인 미래의 젊은 세대가 지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이 경제적 의미를 알아차릴 몇 년 후에는 아마 공화당은 백악관을 차지할 확률이 거의 없어질 것이고 그들은 대중들의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우선 앞으로 이자율은 국채판매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올라야할 것이다. 인플레가 다시 천문학적 숫자의 연방적자와 함께 올 것이고, 중산층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져서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 불안이 늘어날 것이다. 조심해서 살아야할 날들이 오고 있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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