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호주 등 우방 공조 광물 운송 등 원천차단 대북 제재 효과 극대화 한국정부 입장은 ‘모호’
북한이 사거리 1만3,000㎞에 달하는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도발을 강행한데 대해 ‘해상봉쇄’로 북한을 옥죄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촉구가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이라면, 해상봉쇄는 물리력을 동원해 북한의 손발을 묶어 고사시키는 형태로 사실상 군사 옵션을 동원하는 대북제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미국의 해상봉쇄 복안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 방안은 미국 정부가 공론화하고 나섰다. 미국은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이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 공중 비행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작전에서 훈련에 참가할 F-35B 스텔스 전투기 수를 당초 6대에서 12대로 2배 늘리고, 핵심 동맹국인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함께 북한의 해상거래 봉쇄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 인근 해상에 대한 대잠 초계기 활동을 강화해 북한 또는 제3국 선적의 화물선이 화물세탁 등의 방법으로 유엔이 금지한 북한의 대외 거래를 지속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봉쇄하나
해상봉쇄의 원리는 간단하다. 과거 쿠바 봉쇄처럼 함정 100여 척으로 북한 해역을 겹겹이 에워쌀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함정과 달리 민간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를 켜놓고 항행한다. 이동 방향과 신원, 적재화물을 국제기구에 신고하는 장비다. 함정이 민간 선박보다 속도가 3배 정도 빠르기 때문에, AIS를 통해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심되는 선박만 따로 추려 선별적으로 막으면 된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실효성은
철광석, 무연탄 등 북한의 연간 수출 22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13억~14억 달러 가량의 광물이 해상으로 운송된다. 하지만 해상 운송로는 대부분 서해를 이용해 중국으로 향한다. 더구나 2014년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데다 대부분 육로로 이동하고 있어 해상봉쇄는 실질적으로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 충분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 결의 2375호를 채택하기까지 갈수록 제재 수위가 높아졌지만, 수출입에 동원된 민간 선박은 제재 대상에서 모두 빠지는 등 안보리 제제에서는 빠졌다.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었다고 의심될 만한 선박을 검문하고 차단하는 정도여서 압박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정부가 해상봉쇄 카드를 공론화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는 여전히 모호한 입장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해상봉쇄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로 비칠 수도 있어 부담이 크다. 사정이 이런지라, 국방부는 “미국이 해상봉쇄를 아직 제안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