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차 산업혁명

2017-11-25 (토) 문일룡/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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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버지니아 주 교육위원회연합회의 연례 컨벤션에 다녀왔다. 컨벤션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윌리암스버그에서 열렸다. 전국 교육위원회연합회 컨퍼런스의 경우 지역적 안배를 고려해 개최지를 매년 변경하지만 버지니아 주 컨벤션은 항상 윌리암스버그에서 열린다.

버지니아 주 내 각 지역의 교육위원들은 교육 관련 법 규정 등을 비롯해 커리큘럼, 교육 행정, 지도력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매년 어느 정도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도 이를 위해 소정의 예산을 배정해 놓고 있다. 이번에 다녀온 연례 컨벤션에서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그러한 교육을 받기 위함이다.

이러한 예산은 그동안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경우 교육위원들이 전국 컨퍼런스와 버지니아 주 컨벤션 둘 다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배정되어 왔었다. 그런데 올해에 들어서 빠듯한 재정 사정으로 해당 예산이 일부 삭감되어 둘 다 참석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버지니아 주 컨벤션을 이번에 다녀 온 만큼 내년 봄 텍사스에서 열리는 전국 컨퍼런스에는 참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컨벤션 참석을 통해 들었던 강의나 세미나 중 가장 큰 인상을 받은 것은 역시 전체 세션에서 들었던 강연이었다. 컨벤션 기간 동안에 매일 한 차례 전체 세션 강연이 있었는데 둘 째 날 들었던 빌 대겟(Bill Daggett) 박사의 강연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겟 박사는 교육지도력 국제센터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그는 모든 학생들을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큰 원칙은 “excellence(우수)”와 “equity(형평)”라고 했다. 그런데 경제적 성공 없이는 “형평”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적 성공은 “relevant(적절한)” 학업 성공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이 과연 학업 성공을 유도할 수 있는 적절한 내용과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겟 박사는 현재 3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3차를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도 들어섰다고 한다. 3차가 디지털 혁명이라고 한다면 4차에서는 여러 기술의 융합과 물체, 디지털, 인체적 영역 등의 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4차 혁명의 진행 속도, 규모와 영향력은 과거와 달리 기하급수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모델은 아직 겨우 2차 산업혁명을 벗어나는 정도라고 했다. 학생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가르쳐야 하는 교육자들과 교육행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포브스 잡지에 실린 한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에서 약 9%가 내년에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회계사, 변호사, 경제전문가의 경우 15% 가량의 직업이 내년에 사라질 것이란다.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직업시장이 요구하는 변화에 교육의 변화가 계속 뒤쳐져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이 경제적 성공에 연결될 수 있는 “적절한” 학업적 성공에 이르게 하는 내용과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변화에 느리고 두려워하는 어른 세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상당히 도전적인 지적인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우리 학생들을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직업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대겟 박사의 말대로 “고착된 문화가 전략을 제압(culture trumps strategy)” 하게끔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올바른 교육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나 같은 교육위원들도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문일룡/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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