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롭지만 결혼은 안해” 독신족 는다

2017-11-24 (금)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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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10명 중 4명, 이성 배우자 없어, SNS 관계는 독신의 고독감 못 채워

▶ 밀레니얼 세대, 노년층보다 독신 많아

“외롭지만 결혼은 안해” 독신족 는다

결혼 대신 독신을 선택하는 밀레니얼 세대 미국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어 혼자 사는 노년층보다 독신 젊은층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의 시대다. 늘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소통할 사람은 없는 시대. 우리는 ‘외로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예전보다 우리는 더 외로워졌고,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도 사회적 고립감은 더 심각해졌다. 이민자로 살아가기 때문도, 노년층이 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외로움은 노인과 10대∽30대 젊은 사람들도 피해가기 어렵고, 미국인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도 더 고독감을 맛보게 되는 SNS의 역설도 있지만 무엇보다 ‘외로움’은 ‘결혼’ 없이 혼자 살아가는 ‘독신족’이 늘고 있어서다.

배우자나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마지못해 ‘혼자’인 삶과 마주하게 되는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미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독신족’, 갈수록 증가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배우자가 옆에 있어도, 가족과 시끌벅적한 삶을 살아도 느끼게 되는 것이 ‘실존적’ 고독감이다. 하지만, 실제 물리적으로 ‘혼자’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물리적 외로움이 주는 무게감에는 비할 바는 아니다.

‘나 혼자’사는’ 미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 결혼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는, 또는 배우자 없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연방 인구센서스국의 ‘2016년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American Community Survey, ACS)결과를 분석한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보고서에 따르면, 미 남녀 성인들 가운데 결혼한 비율은 50%, 즉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2명 중 1명만이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성인 결혼률이 72%였던 지난 1960년과 비교하면, 지난 반 세기동안 미국인의 결혼율이 무려 22%나 뚝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인의 결혼률은 그간 꾸준히 감소해왔지만 50%로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결혼연령 갈수록 늦어져

미국인들의 결혼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것도 결혼률이 낮아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ACS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는 미국 성인 남녀의 중간 연령은 남성이 29.5세, 여성이 27.4세로 나타났다.

1960년과 비교하면 미국인들의 결혼 연령이 7년이나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1960년 미국 남성의 결혼연령은 22.8세, 여성은 20.3세였다.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57%가 결혼 대신 이성과 동거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 가져다주는 결속력이 약화된 동거 방식의 이성결합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7명 중 1명, “나 결혼 안 할래”

하지만, 무엇보다 결혼하는 미국인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보다 혼자 사는 ‘자유로움’을 선택한 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미국 성인들 중 58%는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27%의 미국 성인들은 ‘결혼을 원하는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답했고, 14%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7명 중 1명이 결혼을 원하지 않고 있고,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비혼 미국인 10명 중 4명이 ’결혼할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다.

■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 대신 ‘독신’을 택하는 이유 중에는 결혼할 만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것도 주된 이유다.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결혼의 격차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결혼하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말이다.

2015년 ACS 조사에 따르면, 25세 이상 대졸 미국인은 65%가 결혼한 것으로 나타나, 1990년의 69%에 비해 4% 감소에 그쳤다. 하지만, 고졸인 경우, 결혼 비율은 1990년 63%에서 2015년 50%로 1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도 독신족을 증가시키는 큰 이유다.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8월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 하지 않은’ 성인 남성의 42%, 여성은 40%가 경제적 불안정을 독신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연소득이 3만달러 미만인 경우, 47%가 경제적 이유를 가장 큰 이유라고 답한 반면, 7만 5,000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21%에 불과했다.

■인종간 결혼격차 갈수록 벌어져

인종에 따른 결혼 격차도 커지고 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여전히 대세인 한인 등 아시아계의 경우, 결혼률이 61%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성인 흑인 남녀의 결혼 비율은 30%로 가장 낮았다. 백인의 결혼 비율은 54%였고, 히스패닉계는 46%로 조사됐다.

■‘나홀로’노인은 오히려 감소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한 미국인들을 포함해도 독신족 증가추세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7년 현재인구 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와 ‘연례 사회경제 여건 조사’(Annual Social and Economic Supplement) 결과를 분석하면, 결혼한 배우자나 동거 이성 없이 ‘독신’으로 살아가는 미국 성인은 42%에 달했다.

미국인 10명 중 4명 이상이 혼자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년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3%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세대별 독신비율을 비교해보면, 35세 미만 젊은 세대에서 독신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오히려 독신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35세 미만 젊은층의 경우, 독신비율은 2007년 56%에서 2017년 61%로 높아져, 10년새 독신층이 5% 포인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 독신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미국 노인들 중 독신자는 2007년 43%였으나, 2017년 41%로 2% 포인트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밀레니얼 세대’의 외로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신 젊은이 증가추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바나리서치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25~29세 미국 젊은이의 결혼율은 36%로 나타나, 2000년의 43%에 비해 7% 포인트가 줄었다.

독신 젊은 세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다. 30~39세 연령층의 결혼률도 2000년의 65%에서 57%로 8% 포인트 급락했다. 40세 미만 청년층에서 독신족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직장 없으면 ‘동거’도 어려워

교육수준이나 경제적 여건 등이 사회경제적 차이는 결혼 뿐 아니라 ‘동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결혼은 물론 이성과의 ‘동거’도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2017년 CPS 조사를 보면, 이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직장이 없는 실업자인 경우, 독신족 51%로 취업자의 38% 보다 13% 포인트나 높았고, 그 격차는 지난 10년간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이 없는 경우, 독신족 비율은 2007년 46%에서 2017년 51%로 가파르게 높아진 반면, 직장이 있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경우에는 독신족 비율이 36%에서 38%로 2% 포인트 증가에 그친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우면 결혼도, 동거도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독신 급증 밀레니얼, “노인보다 더 외로워”

독신이 급증하고 있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는 고독감은 SNS 관계로 대신 채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페북’세대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노년층 보다 ‘더 외로움을 탄다’는 조사도 있다.

독신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페북과 같은 SNS 인간관계가 독신의 외로움을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네이션와이드) 빌딩 소사이어티’의 조사에 따르면, 페북 등 SNS를 주로 사용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노년층보다 더 외로움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 89%가 외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돼 55세 이상 중장년층의 70%보다 훨씬 높았다.

독신이 늘면서 온라인 관계에 비해 오프라인의 사회적 연결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노년층에 비해 더 ‘외로움’의 고통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독신’은 ‘외로움’으로 이어져

미은퇴자협회(AARP)의 ‘외로움 연구’(Loneliness Study)에 따르면, 45세 이상 미국 성인들 중 4,260만명이 만성적 외로움을 경험하며, 이들 대부분이 나홀로 살아가는 독신족들이었다.

미국 성인의 50%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42%가 동거 배우자도 없이 살아가지만, 실제 가족조차 없이 온전히 ‘나 홀로’ 살아가는 미국 성인은 전체의 약 25%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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