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 비즈니스 석으로 LA에서 서울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튜어디스들이 셰프 모자를 쓰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셰프 스페셜 비행을 올해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단 한번 뿐으로 운이 좋아야 탈 수 있지만 하늘 위에서 프랑스 유명 요리 학원인 코르동 블뢰 훈련을 받은 스튜어디스가 거위 간으로 만든 프랑스 고급 요리인 프와 그라, 송이 버섯보다 비싸다는 송로 버섯 트뤼플 등 직접 만들어 가져온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와인도 음식에 맞게 세 개의 잔에 따로 서브한다. 부자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싱가포르 항공이 올해부터 시작한 퍼스트 클래스 스위트에 비하면 초라하다. 싱가포르에서 시드니를 잇는 일부 노선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이 좌석 1인당 요금은 6,000~8,000달러로 한 비행기에 여섯 개밖에 없다. 좌석이 아니라 방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방 안에 좌석과 침대, 그리고 화장실이 따로 따로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이 탈 경우 두 방을 합쳐 큰 침대 하나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보다 더 한 것도 있다. 아랍계 에티하드 항공이 내놓고 있는 레지던스 좌석이다. 이 또한 역시 좌석이 아니라 3 베드룸 아파트에 가깝다. 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고 샤워장이 딸린 화장실이 딸려 있다. 뉴욕-두바이 왕복 요금은 1만5,000달러로 싱가포르 항공의 2배다. 음식은 물론 일류 호텔 셰프가 직접 만들어 준다.
날로 호화로워지는 일등석 좌석만큼 전세계적 현상인 부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석의 가격 차이는 몇백 달러 정도로 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점점 벌어져 LA-서울 노선의 경우 주말 요금의 경우 1,000여 달러와 4,000여 달러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30년 전 미국 상위 10%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전체의 30% 선이었지만 이제는 70%가 넘는다. 하위 50% 재산은 다 협쳐 봐야 1%에 불과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소련과 동구권, 중남미, 아프리카 많은 지역의 지도 이념이던 사회주의는 몰락했다.
거기다 세계 인구 1위와 2위국이던 중국과 인도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잠자던 수십 억명의 노동 인구가 깨어나면서 노동의 가치는 하락하고 자본은 귀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자동화가 대세를 이루며 단순 노동이 설 자리는 사라졌다. 지난 30여년간 선진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빈부 격차의 심화가 시대의 화두인 지금 연방 하원은 지난 주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주도한 공화당은 이것이 중산층을 위한 감세안이라며 경기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 상위 0.1%는 연 17만 5,000달러, 상위 1%는 4만8,000달러의 감세 혜택을 보겠지만 중간 소득이 중위권인 중산층은 고작 750달러를 더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2027년이 되면 상위 1% 혜택은 6만4,000달러로 늘어나지만 중산층 혜택은 460달러로 줄어든다.
부자들의 세제 혜택이 이렇게 큰 것은 이 법안이 기업소득세는 35%에서 20%로, 파트너십 등 ‘이익 통과’(pass-through) 기업세는 39%에서 25%로 내리며 고소득자에 대한 ‘대체 최소세’(AMT)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이익의 절대 다수는 상위 1%에게 돌아간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준 펜실베니아와 오하이오, 미시건의 백인 중하류 노동자들은 대부분 세계화와 자동화로 일자리를 위협받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이민자와 불법체류자 탓으로 돌리며 이들을 조롱하고 비난한 트럼프에게 몰표를 줬다.
그런 트럼프와 공화당이 백인 중하류 노동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사상 최대 억만장자들로 이뤄진 트럼프 내각에 횡재를 안겨줄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지지자들에 대한 엄청난 배신이다. 그러나 놀랄 일도 아니다. 트럼프에게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배고픈 곰들이 언제까지 되놈 장단에 춤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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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