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뜸·한약으로 임신 가능한 자궁조건 만들어줘
▶ 기존 한방치료에 추나요법·마사지·요가 시스템도 도입
강명자 꽃마을한방병원장이 난임 여성에게 적외선 체열촬영 영상, 기와 혈액순환 상태를 알 수 있는 인체 부위별 전류의 강도 등에 대한 진단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꽃마을한방병원>
서울 서초동 교대역 인근 꽃마을한방병원. 이곳에는 ‘서초동 삼신할미’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있다. 21년간 1만여 난임 가정에 희망을 선물해온 강명자(70) 병원장이다. 그는 양방에서 불임판정을 받거나 시험관 시술 등 인공임신에 실패한 뒤 한방 난임치료를 통해 자연임신에 성공하거나 인공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주고 있다.
강 병원장은 여성 한의학박사(부인과) 1호로 지난 1972년 덕회당한의원과 강명자한의원을 거쳐 1996년 꽃마을한방병원을 여는 등 46년째 난임 여성을 치료해 왔다. ‘한방부인과 전문병원 1호’로 지정받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심사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강조한 것은 뜻밖에도 뇌와 기(氣). “임신은 자궁에서 이뤄지지만 호르몬센터 역할을 하는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가 이를 총괄합니다. 이게 제 기능을 해야 호르몬도 만들어지고 난소에서 난자가 제대로 배란돼 임신이 됩니다. 난임 환자는 인체의 전기적 용량이 달리는데 이를 ‘기가 허하다’고 표현하죠. 난임 환자는 특히 머리 쪽의 기가 상당히 약합니다. 이게 난임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기란 뭘까. “우리 몸에는 평균 주파수 7~10㎐(헤르츠)의 전류가 흐릅니다. 살아 있는 전자석인 셈이죠. 우리 몸의 혈관은 총 길이가 대략 10만㎞쯤 되는데 심장에서 뿜어져 나간 혈액이 되돌아오는 데 20여초밖에 안 걸립니다. 심장의 박동과 인체 내 전류의 흐름 덕분에 가능한 일이죠.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는 전류의 용량·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한방 불임치료에서는 몸에 흐르는 전류의 용량이 충분해지도록 기를 보강하고 기와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 병원장에 따르면 뇌는 심장처럼 분당 6~12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뇌호흡이라고도 한다. 뇌호흡에 문제가 생기면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의 흐름이 약해져 호르몬을 만들거나 호르몬을 인체기관에 보내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머리 쪽의 기가 충분하고 순환이 잘 돼야 호르몬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 임신이 잘 된다.
“뇌는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량의 20%를 씁니다. 그래서 머리 쪽으로 산소와 영양을 운반하는 혈액순환이 중요해요. 턱관절이 좋지 않으면 바깥쪽 경동맥(외경동맥)과 신경을 눌러 뇌의 기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병원은 난임여성이 처음 찾아오면 한방 의료기기인 자동팔강(八綱)진단기로 몸에 흐르는 것보다 조금 강한 13㎐의 전류로 자극을 줘 머리·오른팔·왼팔·가슴 등 7개 신체부위별, 그리고 몸 전체의 자율신경반응 정도를 살핀다. 신체부위별로 몸에 흐르는 전류 양·강도의 분포도, 다시 말해 기가 약한지 또는 몰려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적외선으로 체열을 촬영해 아랫배·자궁 등에 냉증이 있는지, 다른 신체 부위의 열 분포는 어떤지도 검사한다. 자궁이 냉하면 적외선 영상에서 시커멓게 또는 보라색으로 나오는데 침과 뜸·어혈을 풀어주는 한약 등으로 다스리면 따뜻해지면서 임신할 수 있는 자궁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뇌를 포함한 인체의 기와 혈액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호르몬 분비도, 임신도 잘 된다. 전체 기를 올려주려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야 하므로 이를 위한 한방치료는 결국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생혈구 검사도 한다. 한방에서 기와 혈액은 맑고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몸속 구석구석까지 피가 잘 돈다. 혈구 세포의 형태와 움직임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가 뭉쳐 있는 어혈이 있는지, 혈액이 부족한 혈허(血虛)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
강 병원장은 “난임의 원인은 남성 또는 여성에 각각 40%, 양쪽 모두에 20%가 있다고 한다”며 “우리나라 남성들은 아직도 기형 정자, 정자 수 부족, 정자의 활동성 저하 등 남성 요인에 의한 난임을 부인하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난임은 부부가 함께해야,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극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꽃마을한방병원에서 임신에 성공한 난임 여성 중에는 양방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불임 판정을 받거나 시험관 시술 등에 실패한 뒤 한방 치료를 받은 경우가 많다. 양방 쪽에서는 임신이 안 되는 원인으로 꼽은 질환은 하복부·자궁냉증, 난소·자궁이상, 생리불순 등 배란장애, 반복유산, 남편 정자의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은 그동안 1만6,300여건의 임신 성공 성적을 거뒀다. 최근 수년간 임신에 성공한 난임 여성들의 난임 기간과 한방 난임치료기간은 평균 2년10개월, 3개월이었다. 73.4%는 3개월 미만 치료로 임신에 성공했다.
강 병원장은 “양방에서 치료법 없는 자궁 냉증,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한방에서는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라며 “조기폐경, 습관성 유산도 기의 균형을 맞추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 치료가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방 난임치료는 기능·구조·정신적 측면이라는 3개 축으로 이뤄진다. 기능적으로는 기와 혈이 충분한 양을 확보하고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한다. 난임 여성은 대개 머리 쪽 기가 많이 부족하고 자궁 쪽에 기와 혈액이 정체돼 있다. 구조적으로 턱관절에 문제가 있으면 목뼈(경추)도 휘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척수액의 흐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추나요법 등으로 척추를 반듯하게 펴주고 침·약침·자석침과 배꼽 뜸으로 골반부위 등의 혈류량을 늘리고 따뜻하게 해준다. 음식을 씹을 때 양쪽 이와 턱 근육을 고루 쓰도록 습관을 개선하고 이미 굳은 턱관절 등은 마사지·침 등으로 풀어준다. 요가·스트레칭도 권장한다.
정신적으로는 힘들고 답답할 때 심호흡을 하고 아침 기상 직후와 취침 직전에 ‘곧 건강한 아기가 생긴다’ ‘엄마가 될 몸과 마음이 준비돼 있다’는 자기최면으로 의식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르몬 치료 등을 장기간 받아온 난임 여성은 깨진 몸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한방치료 전에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요법도 쓴다. 이 과정에서 뭉쳐있던 어혈·울혈 등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어지러움·설사 등 평소에 없던 호전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곧 괜찮아진다.
강 병원장은 “3개월 이상 우리를 믿고 따라오면 난임 여성의 60% 이상이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만 신생아 수가 빠르게 줄고 있고 난임 여성 중에는 1~2개월 치료를 받다가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며 중단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때 70만명을 넘던 연간 신생아 수가 최근 35만명 수준으로 반쪽이 나면서 꽃마을한방병원에서 임신에 성공하는 난임 여성도 월평균 50명가량에서 20명 남짓으로 줄었다.
강 병원장은 “요즘에는 질적으로 어려운 케이스의 난임 여성·남성에서 치료에 성공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며 “오래전 난임치료를 받은 여성들이 딸과 함께 찾아와 인사를 하거나 상담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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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