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 6년전 첫 출품‘고지전’ 과 달리, 상영 후에 달라진 분위기 실감
오스카 프로모션을 위해 LA를 찾은 장훈 감독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택시운전사’의 제작과정을 밝히며 웃음 짓고 있다. <박상혁 기자>
제90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영화 출품작인 ‘택시운전사’의 장훈(42) 감독이 오스카 프로모션을 위해 LA를 찾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한국 관객수 1,200만을 돌파한 올해 최고 흥행작이자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화제작이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사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 최종 후보작으로 소개될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을 지난 5일 LA 한국문화원에서 인터뷰했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영화 성향과는 달리 조근조근 대화를 이어간 장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먼저 ‘택시 운전사’는 어떤 영화인가
▲독일 외신기자 피터(위르겐 힌츠페터)와 서울 출신 택시운전사 만섭이 외부인의 시점에서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들여다본 영화이다. 37년이 지났지만 당시 광주시민들이 겪었던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관객들이 많이 보기를 원했다.
- ‘고지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오스카 출품작 감독인데
▲ 2011년 ‘고지전’ 오스카 프로모션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 지난 5일 런던 웨스트 할리웃 극장에서 아카데미 회원과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택시운전사’ 상영을 마치고 리셉션장에 들어섰는데 박수로 환영해주더라.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었고 아카데미 회원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그것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 지난 2일 폐막한 아시안 월드 영화제에서 작품상, 특별상, 배우상을 받아 3관왕을 차지했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는데 각국 외국어 영화상 출품작들이 다수 상영된 영화제에서 인정받아 기쁘다. 이 영화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의외로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하더라.
- 정권교체 이전 광주 민주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 투자와 제작과정이 힘들었겠다
▲2016년 여름부터 4개월 반 정도 촬영했다. 아무래도 비극적인 역사이기에 조심스러웠다. 창작자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를 분위기와 상관없이 준비하고 만들었다. 특히 배우들과 제작진이 각자의 동기에서 같은 마음으로 모였기 때문에 영화가 가야 되는 방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함께 해 만드는 과정은 사실 힘들지 않았다.
- 그래도 영화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택시가 옛날 차종인데 송강호 선배, 토마스 크레취만 모두 키가 큰 배우이다. 좁은 차 안에 카메라까지 들어가서 굉장히 좁아진 공간에서 연기를 했다. 같은 차종 몇 대를 구비해 촬영을 했는데 그 중에는 에어컨이 안되는 차도 있었는데 한여름 촬영이라 차가 너무 뜨거워서 힘들었다.
- 독일기자를 연기한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작업은 어땠나
▲독일 외신기자지만 극중 영어를 많이 쓰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영화 ‘피아니스트’의 토마스 크레취만이 떠올랐다. 독일의 에이전시에 연락했더니 할리웃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란 답을 들었다. 그 이후 독일에서 여러 배우들과 오디션을 했는데 점점 토마스 크레취만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에이전시에 영문 번역 시나리오를 보냈다. 배우가 만나기를 원한다는 연락이 왔고 LA로 날아와 토마스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했다. 한국 현장에서는 할리웃 시스템과 너무나 다르고 날씨도 무더워 적응이 힘들었을텐데 좋은 영화를 만들자며 최선을 다해 주었다.
- 할리웃 진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 감독들도 그렇겠지만 하고 싶었던 작품,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그린 영화에 대한 제의가 들어오면 할리웃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 영화 속 캐릭터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차기작은 사극이다. 이번 일정이 끝나는 대로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소재로 한 사극 영화 ‘궁리’ 제작을 본격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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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