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인터뷰] ‘하우스 바이 커피’ 김은상 대표, ‘엘까페딸’ 강인규 대표
▶ 20년 전 커피농장 홈스테이 계기 천직, 연 생산량 400㎏ 불과한 파나마산 게이샤

LA ‘하우스 바이 커피헌터‘의 김은상 대표(왼쪽)와 한국 ‘엘까페딸‘의 강인규 대표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게이샤‘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수희 기자>
‘좋은 표정을 만들어주는 행복’‘단조로운 일상에 힘을 주는 활력소’‘삶을 윤택하게 하는 휴식’…. 일상이 된 커피에 대한 수식어들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커피 한 잔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라는 극찬이라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일생에 꼭 한번은 마셔 봐야 한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바로 ‘게이샤’(Geisha)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의 커피’ 게이샤가 드디어 LA 한인타운에 등장했다. 이 커피를 선보인 사람은 6가의 커피 전문점 겸 카페 ‘하우스 바이 커피 헌터’(HAUS by Coffee Hunter)의 김은상 대표다. ‘최초의 한인 커피헌터’인 김 대표는 평소 한인들에게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커피 전도사다. 게이샤 커피 판매를 계기로 한인 커피문화의 다양성을 키우는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에 게이샤 커피를 한인타운에 들어오게 도와 준 또 한 사람은 한국 ‘엘까페딸’의 강인규 대표다. 그의 커피 사랑도 김은상 대표에 못지않은데 강 대표는 전 세계의 커피를 국가별로 유통시키는 커피 전문 트레이더다. 유명 만화가 허영만씨의 작품 ‘커피 한 잔 할까요?’의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큼 커피업계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두 사람을 만나 커피 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이샤란 어떤 커피인가.
▲게이샤라고 하면 언뜻 일본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 품종이 처음 재배된 에티오피아 지역 명에서 따온 말이다. 1930년대 에티오피아 카파지역에서 자라던 품종으로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처음 재배된 후 1950년대 코스타리카를 거쳐 파나마에 들어왔다. 게이샤 커피는 세계적인 고품질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 특히 파나마산을 최고로 쳐준다.
-게이샤 커피가 왜 유명한가.
▲스페셜티 커피란 고품질의 커피를 일컫는 데 게이샤는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도 ’왕 중의 왕‘이다. 게이샤 커피는 2005년 파나마에서 열린 커피경진대회(Cup of Excellence, COE)에서 첫 선을 보였고 2007년 COE에서 1등을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유명세를 타게 됐다. 세계적 커피 품질관리 매니저 단 할 리는 게이샤 커피를 마신 후 “커피 맛이 너무 황홀해서 ‘컵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God in a Cup)’ 라고 말해 ‘신의 커피’라는 별칭이 붙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게이샤 생두의 가격은 파운드 당 250달러선에 달한다, 파나마산 게이샤 최고 등급의 경우 연 생산량이 400kg 내외에 불과해 공급이 워낙 달린다.
그럴 때는 가격이 1,000달러까지 치솟기도 한다. 전통적인 고급커피 블루마운틴, 코나, 모카 보다도 비싸다. 이번에 들어온 커피는 파나마게이샤 커피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다.
-어떻게 수입하게 됐나.
▲커피헌터라면 누구든 게이샤 커피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급이 워낙 달려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에 운이 좋게 한국의 ‘엘까페딸’ 강인규 대표의 도움을 받아 게이샤 커피를 들여오게 됐다.
-LA에 게이샤 커피를 판매하는 곳은.
▲주류의 유명 커피샵들에서도 게이샤 커피를 판매하기는 한다. 하지만 최고 등급으로 평가받는 파나마 에스메랄드 농장산이 아닌 과테말라, 코스타리카산이다. 같은 게이샤라도 품질이 크게 차이 난다. 이런 점에서 최고 게이샤 커피는 한인타운 뿐 아니라 LA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게이샤 커피를 얼마에 판매하나.
▲한국에서는 한잔에 5만원~7만원에 판매될 정도로 고가의 커피다. 이곳에서도 최소한 25달러는 되어야 적정하지만 더 많은 한인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1월 한달 간은 하와이안 코나 커피와 동일한 15달러에 가격을 정했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을 위해 한 잔의 사치를 누려 보는 것도 힐링이 될 듯싶다.
-김 대표의 커피와의 인연은
▲우연히, 하지만 운명적으로 만난 것 같다. 1990년대 말 하와이에서 정부가 주관한 커피교육 시스템을 접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게다가 커피 농장 안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됐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선한 하와이 코나 커피향에 푹 빠졌다. 그 참에 아예 하와이에 3에이커의 부지를 매입해 커피 농장을 운영하며 커피 사업에 뛰어 들었다. 커피 농장을 운영하면서 생산과 로스팅, 바리스타 등 최고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첫 한인 커피헌터라는데.
▲커피헌터란 커피의 생산지를 돌며 신선하고 좋은 생두를 찾는 사람들을 말한다. 커피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향과 맛으로 판별하는 능력까지 요구된다. 유명한 커피회사들일수록 그만큼 유능한 커피 헌터를 확보하고 있다. 커피헌터의 경우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험한 산지를 직접 다녀야 하니 고된 직업일 수도 있다. 나 역시 하와이를 비롯 동남아 등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아다닌지 10여년이 됐다.
-김 대표는 커피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가.
▲내가 가진 노하우를 보다 많이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커피 비평가협회(Coffee Critic Association·CCA)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CCA는 하우스커피를 미국 본부로 삼아 국제적인 커피 비평 교육기관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현재 교수, 학생, 기자 등 다양한 계층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미 CCA에서 발급하는 3개의 자격증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식약처에 공식 등록된 상태다.
한인들을 위한 커피아카데미도 계속 운영 중이다. 일반인을 위한 취미반과 커피 전반에 대한 이론과 기술들을 함께 배우는 전문가반과 창업반으로 구성됐다. 많은 한인들이 커피샵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커피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기술에 올바른 경영기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커피 교육에 관심 있다면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커핑과 테이스팅이다. 커피의 향과 커피를 맛보았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의 밀도와 농도 등을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어야한다. 물론 이것은 철저한 훈련이 병행되어야 하며 바리스타와 로스터 등 어느 포지션에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김 대표의 계획은
▲첫 한인 커피헌터로서 그동안 꾸준히 스페셜티 커피를 한인타운에 소개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강인규 대표 같은 유능한 커피 트레이더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고 퀄리티의 스페셜티 커피를 지속적으로 들여와 주류 유명 커피샵과 맛, 퀄리티, 가격 등 여러 부문에서 당당히 경쟁할 생각이다. 또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로스팅을 하고 추출할 수 있는 신 개념 커피샵도 선보일 계획이다.
(213)388-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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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