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배우 그레타 거윅 감독 데뷔작, 고향 새크라멘토에 바치는 연시
▶ 주인공 로난·엄마 메트캐프 열연
고3 레이디 버드는 집을 떠나 훨훨 나르는 새처럼 살고싶다.
‘레이디 버드’(Lady Bird) ★★★½ (5개 만점)
키가 껑충하니 크고 숲속의 요정처럼 맑고 신선한 분위기와 34세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모습을 한 배우 그레타 거윅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으로 위트 있고 총명하고 재빠르며 통찰력이 뚜렷한 영화로 듣기 좋고 보기 좋다. 거윅은 벤 스틸러와 공연한 ‘그린버그’로 두각을 나타낸 자연스런 연기파로 주연한 ‘프랜시스 하’의 감독 노아 바움박의 애인이다.
이 영화는 거윅의 고교 3학년 때의 자기 얘기로 그의 고향 새크라멘토에 바치는 연시이자 질식할 것 같은 가정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파 안달이 난 10대의 청춘고백이다. 특히 거윅은 캘리포니아 주의 수도이지만 서자 취급받는 새크라멘토를 마치 우디 알렌이 뉴욕을 사랑하듯이 극진한 마음으로 찬미하고 있다. 그러나 과하지 않고 절제 있게 다루었다.
본명이 크리스틴 맥퍼슨인 주인공이 자기 이름을 마다하고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새처럼 자유롭고 싶은 마음과 자기를 사랑하나 사사건건 간섭하고 현실에 안주하라고 압력을 넣는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에서다.
이런 10대의 얘기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이 영화도 다소 기시감은 있으나 거윅은 레이디 버드와 그의 부모 그리고 애인과 친구의 얘기를 소상하게 보여주면서 이들을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다뤄 그의 관용과 이해심이 갸륵하게 느껴진다.
2002-2003년 새크라멘토. 중산층 가족의 외딸 레이디 버드(셔사 로난)는 가톨릭학교 졸업반. 착한 아버지 래리(트레이시 레츠)는 실직자여서 간호사인 어머니 매리온(로리 메트캐프)이 살림을 도맡다시피 한다. 그런데 매리온은 절대적 현실주의자로(꿈이 없어서 라기 보다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봐야겠다) 집을 떠나 훨훨 날아가고파 하는 딸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레이디 버드의 반발은 커지면서 지역대학교에 가라는 어머니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대학에 원서를 넣는다.
이런 가정생활과 함께 레이디 버드의 학교생활과 친구와 애인과의 관계가 사실적이요 우습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먼저 반항적인 레이디 버드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석수녀(로이스 스미스)와의 관계가 포근하고 자비롭다.
레이디 버드가 처음에 눈독을 들인 남자는 학교연극 ‘템페스트’에서 공연하는 잘생긴 대니(루카스 헤지스). 그러나 잘 나가던 둘의 관계는 레이디 버드가 전연 생각하지도 못한 일로 인해 끝이 난다. 이어 레이디 버드가 눈독을 들인 아이가 파격적인 독서광 카일(티모데 샬라메). 레이디 버드는 이 아이를 통해 섹스를 실험하고 경험하는데 첫 섹스를 경험하는 레이디 버드의 내면과 행위가 우습고 부끄럽고 겸연쩍고 아울러 저돌적으로 그려졌다. 아주 현실감이 있다.
마침내 레이디 버드는 연극도 잘 끝내고 졸업을 한 뒤 대학에 진학한다. 입학에 큰 격려와 협조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뜻 밖에도 집안의 국외자 같았던 아버지 래리. 끝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다소 재잘대는 말이 많기는 하지만 거윅은 자기와 자기 주변 인물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돌보는 심정으로 솔직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연기들이 출중한데 특히 로난의 당돌하고 의기양양하면서도 10대의 허점이 있는 연기와 딸을 사랑하면서도 내리누르는 현실로 인해 본의 아니게 권위적인 사람이 되고만 매리온 역의 메트캐프의 다양한 연기가 눈부시다.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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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