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배낭’ 별명…서북미 대부분 고봉 최초 등반
▶ 등산안내 책도 여러권 남겨
소년시절부터 80여년간을 산에 미쳐 살면서 서북미 지역의 수백 개 고봉을 최초로 등반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등산안내 책을 저술한 시애틀의 전설적 산악인 프레드 베키가 94세를 일기로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보이스카우트에 들어가 REI 공동창업자 로이드 앤더슨에게 암벽타기 훈련을 받은 베키는 19살 때인 1942년 두 살 아래 동생인 헬미와 함께 캐나다 BC주의 금단의 고봉 왜딩턴 마운틴 정상에 올라 전 세계 산악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26세 때 첫 저서 ‘캐스케이드 및 올림픽 등산안내’를 출간한 후 자신이 오른 산의 지형과 역사 및 등반 경험담을 엮은 여러 권의 책을 발간했다. 후세 산악인들은 이들 책을 ‘베키의 경전’으로 부르며 그가 온갖 구진 일을 마다않고 서북미지역 산악인들에게 ‘성역의 문’을 열어줬다며 고마워한다.
그는 1954년 알래스카의 맥킨리(현재는 데날리) 정상에 올랐고 곧 이어 인근의 헌터 봉과 데보라 봉을 최초로 정복했다. 이들 세 봉우리는 ‘북미주의 3 왕관’으로 불린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냈고 고봉도전도 대부분 혼자서 해냈다.
그는 친구 집에서 방 한칸을 얻어 살았지만 그 방은 온통 등산장비로 채워졌고, 몇 주만에 불쑥 돌아온 그는 다음날 다시 장비를 꾸려 다음 산행지로 떠났다. 집주인 친구는 베키가 자기 집 냉장고의 음식도 배낭에 쓸어 담아가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낡은 선더버드 차량을 몰고 산을 찾아다닌 그는 장발에 수염도 덥수룩해 홈리스로 오인받기 십상이었으며 한번은 수퍼마켓에서 절도범처럼 식품을 닥치는 대로 옷에 담기도 했다고 한 등반동료가 귀띔했다. 베키의 자전적 영화 ‘쓰레기 배낭: 프레드 베키의 전설’을 제작한 제이슨 레이드는 베키가 산악인이자 떠돌이이며 건달 같았지만 학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