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미용실 등 예약 해놓고 안 나타나
▶ “손해 크다” 끙끙… 예약금 도입 쉽지않아
LA 한인타운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 심모씨는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고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체 손님들이 예약을 해놓고 그 시간에 아무런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큼 손님을 받지 못해 매상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예약 손님이 연락두절인 것은 물론 예약한 시간이 다 돼서야 취소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행사나 모임이 많은 연말 시즌에는 이처럼 ‘예약부도’ 현상이 더욱 극심해져 올해도 다가오는 연말 시즌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한다. 심씨는 “적어도 하루 전날 예약 취소를 해주면 오히려 고마울 정도”라며 “예약 디파짓을 받는 방법이 있으나 한인들 정서상 거부감이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요식업소 뿐 아니라 미용실 등 다른 서비스 업소들도 예약을 지키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한인타운 내 한 미용실 매니저 한모씨는 “파마나 염색 등 2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 예약손님이 오지 않으면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해 매출에 손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인사회에서도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고객들 때문에 고민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한인타운 한 고기 구이 식당의 업주는 “타 경쟁업소에서 단체손님을 가로챈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업소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며 “노쇼 손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심리적인 불안감이 만만치 않으며 연말 시즌에는 4배 이상 예약 손님이 느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대기업인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의 한 레스토랑에 400명을 예약 후 당일 나타나지 않아 피해를 본 식당이 SNS를 통해 게시물을 올리며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같은 노쇼 현상에 시달리다 못한 업주들이 단체 예약 손님들에게는 예약금을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식당과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부문 100개 업체를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쇼가 초래하는 사회적 손실은 직접비용만 4조5,000억원,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8조 원이 넘는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노쇼 현상은 사실상 업소 측의 대응이 어려워 업주들의 고심이 더 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예를 들어 “저녁 8시에 10명 예약해달라”고 말한 것만으론 구체적인 구두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없고, 예약시 메뉴를 정하지 않는 이상 구체적인 손해액이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약 손님들이 ‘노쇼’로 인한 업소 측의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며, 한인들 사이에서도 예약을 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반드시 미리 통보해주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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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