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2017-10-25 (수) 02:32:31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편집위원
크게 작게

▶ 청개구리를 위한 넛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의 넛지(nudge)이론은 사람은 이성적,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청개구리처럼 행동한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왔다. 어떤 사람의 바람직한 선택이나 행동을 기대한다면 강압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듯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브라질에서 택시 승객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그 이유는 벨트를 매면 택시 안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와이 파이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손 씻는 버릇을 키우기 위해 비누 안에 장난감을 넣어둔다. 손을 꾸준히 씻으면 비누가 점차 녹아 들어 그 속에 있는 장난감을 얻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신이 나서 손을 씻는다. 한국의 지하철 부평역에는 피아노 계단이 설치되어있다. 소리 나는 계단을 통해 걷기운동을 자연스레 유도한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 영어와 수학과목에서 낙제 점수를 받은 1,800명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900명 에게는 공부 도우미, 즉 친구ㆍ가족ㆍ 교수를 정해주고 도우미로 하여금 낙제 학생들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내도록 일러두었다. 두 번째 그룹900명은 예전처럼 자신이 알아서 공부하도록 두었다. 그 결과, 공부 도우미들로부터 격려문자를 받은 학생들의 수업 출석률이7% 높아졌고 시험을 패스한 학생들도27%나 증가했다. 공부도우미로부터 문자를 받았다고 해서 낙제점 받던 학생들의 인지능력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스마트해진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겠다는 동기유발이 생겼고 학업태도가 달라진 결과 성적향상이 따라온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행했을 때 격려문자를 받은 참여자들의 명문대학 지원자 숫자가 비참여자들에 비해 34% 높았다.


격려 문자 한마디가 무슨 대수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성취한 사람들은“나에게 멘토가 있었고, 멘토가 던진 한마디 말이 나를 바꾸었다”라고 공통적으로 고백한다. 또한, 2만명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유럽의 논문에 따르면, 상사와 격리된 느낌을 지닌 부하 직원들은 연결된 느낌을 가진 부하 직원들에 비해 30% 이상 결근을 많이 하고 병가도 많이 낸다. 결국, 격려 문자는 소통 도구를 넘어서 행동을 끌어내고,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넛지 역할을 한 것이다.

오늘날 학생들이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트랩에 빠져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그들이 인터넷 이곳 저곳 기웃거릴 때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무엇인가를 찾고 있을까.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한 장만 더 보고, 새로 나온 게임 한번만 더하고, 페이스북 한번만 더 체크하고 등등으로 의미도 목표도 없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채우려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모가 컴퓨터를 부수고 휴대폰을 짓밟은 후 자녀를 학원 혹은 도서관에 보낸다고 해결이 될까. 그것은 넛지가 아니다.

모든 인간, 특히 청소년들은 청개구리처럼 행동한다라는 점을 인식한다면“소셜 미디어 집어 치우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 그러면 갈 대학도 회사도 많다”라는 식상한 명령보다는 생뚱맞은 넛지를 사용할 것이다.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오늘 네가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다” “대학 문은 좁지만 너는 날씬하다” “포기는 배추를 카운트할 때 쓰는 말이다”라는 문자 보내기가 좋은 예다.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