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증시 호황, 우리에겐 그림의 떡”

2017-10-21 (토)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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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대선이후 다우 무려 25% 급등

▶ 소득하위 50% 중 3분의1‘투자 전무’

“증시 호황, 우리에겐 그림의 떡”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미국인들은 주가상승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뉴욕증시가 꾸준히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혜택을 주가상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머니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다우지수는 4,600포인트 이상, 25% 상승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우량주 위주인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2조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인 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열기는 시들하다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즉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하고 있거나, 주식 편입 비중이 큰 401(k) 등 은퇴용 투자를 하고 있다면 반길 일이지만 수백만명의 미국인은 이와는 동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난달 최신 보고서에 최근 3년간 평균 주식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드라마틱’하게 증가해 34만4,500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지난해 기준으로 최고 소득계층 중 94%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소득 하위 50% 중 주식을 보유한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또 퓨(Pew) 리서치 조사에서는 저소득층의 경우, 주식 투자는 물론이고 3분의 1 가량은 401(k) 같은 은퇴자금 마련도 소원한 상황으로 드러났다.

젊은층도 증시 호황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18~29세의 연령층 가운데 2009~2017년 주식을 보유한 적이 있는 경우는 3분의 1 미만으로, 30~64세의 3분의 2보다 적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전략가는 “부모 세대가 블랙 먼데이 등 증시 폭락으로 한숨 짓는 모습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주식 투자를 기피한 것도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갤럽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 중 54%가 직간접 또는 뮤추얼펀드, 은퇴투자 등을 통해 증시에 돈을 묻어둔 상태인데 이는 10년전 금융위기 당시보다 11% 낮아진 수준이다.

그렇다고 증시 투자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부담 요소 중 하나인 부채 문제 해결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국가 부채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스티븐 므느신 재무장관은 최근 “감세안을 의회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증시 호황에 따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시 활황세를 지지하는 고용시장 확대, 임금 상승세, 높은 소비자 신뢰지수 등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직접 증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미국인 전체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경제 요소들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투자하지 않으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돼 부의 불균형 문제를 더욱 키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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