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 내과 전문의
10년 전 일이다. 52세 된 여자 환자가 찾아왔다.
한달 전부터 소화가 잘 안돼 병원에서 복부 CT를 찍었더니 췌장암(pancreatic cancer) 진단이 나왔는데 이미 간이나 폐 등으로 다 퍼졌고, 말기라 수술도 못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몇 달 밖에 못 살텐데 진통제라도 먹고 통증이라도 없애야겠으니 마약 성분이 있는 강한 진통제 처방이라도 해달라고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것은 내과 의사를 하면서 수도 없이 겪는 일이다. ‘췌장암은 발견되면 말기다’, ‘췌장암은 발견되면 죽는다’ 등등 췌장암의 전설(?)이 있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췌장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사들 또한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췌장암은 말기까지 증세가 없으므로 모르고 지내다가 명치 부근이 불편해서 위장병 정도로 생각하다가 복부 초음파나 CT로 확인했을 때는 벌써 엄청나게 커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 췌장암의 통증은 갑작스럽게 증가해서 모르핀 계통의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만 겨우 진정될 정도이다.
주의할 점은 췌장의 위치가 위장 바로 뒤에 있기 때문에 환자가 명치 부분이 아프다고 하면, 많은 의사들은 일단 위내시경으로 위장병 여부를 조사해 보고, 위장약을 사용하면서 몇 달씩 관찰하는 경우가 많아 그러다가 시기를 놓치는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위내시경 검사에서 특별한 나쁜 소견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한두 달 안에 복부 초음파 검사를 권한다.
그래야 췌장암이나 다른 담관 질환이 있더라도 너무 늦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부학적으로 췌장암이 생기는 부위에 중요한 동맥 등 혈관이 많아서 췌장암의 사이즈가 작아도 혈류를 따라 금방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잘 된다.
그래서 약간의 통증을 느낄 때에는 이미 말기 진단을 받게 된다. 이 췌장암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전혀 복부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1년에 한번 씩 꼭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필자의 병원에 초음파 기계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받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도 40세 이상인 경우 아무런 증세가 없더라도 꼭 1년에 한 번씩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서 췌장암뿐 아니라 신장암, 담낭암, 담석증 등의 병들을 조기에 발견하기를 권해 드린다. 실제로 필자는 이러한 여러 가지 암들을 조기에 발견해 생명을 구한 케이스가 대단히 많음을 알려 드리고 싶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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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내과 전문의>